▲< PD수첩 >의 한 장면
MBC
- 지난 9일 방송된 MBC < PD수첩 > '전두환의 숨겨진 재산, 전우원 모자(母子)의 고백' 편 연출하셨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이번 회차가 유난히 취재 기간도 길고 또 취재원들에 대한 설득 기간도 길었었거든요. 운이 좋게 설득이 됐고 취재도 돼서 좀 많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긴 시간 취재를 한 만큼 결과가 그래도 잘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씨의 이야기를 담은 거 같아요. 이건 어떻게 하게 되셨어요?
"처음에 우원씨가 한국에 들어오고 광주 내려갈 때 카톡으로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연락을 취했어요. 광주 갔다 와서 우원씨가 답장을 해줬어요. 아이템 할지 말지 결정 안 했는데 우원씨를 사전에 만나보고 나니까 진실성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껴서 그럼 이 사람의 진실성에 포커스 맞춰 시청자들한테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 전우원씨가 3월에 처음 폭로한 거잖아요. 그건 어떻게 보셨어요?
"처음에 봤을 때는 좀 신기하다는 거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죠. 그리고 불안해 보인다는 정도였는데 이제 한국에서 만나보고 나서 단순히 신기한 게 아니라 굉장히 처절하게 폭로한 거라는 걸 이해하게 됐죠."
- 우려 중 하나는 전우원씨가 정치하기 위해 이렇게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잖아요. 어떻게 보세요?
"우원씨 취재 시작하니까 주변 친구들도 우원씨가 정치하려는 거 아니냐고 많이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심지어 인터뷰할 때 물어봤어요. 정치적인 것도 생각이 있냐 우원씨는 그런 건 전혀 생각이 없어요. 오히려 종교적인 생각이 강해서 이 일이 좀 정리되면 봉사나 종교 쪽으로 나가고 싶다고 얘기하더라고요."
- 이 아이템 결정하고 뭐부터 하셨어요?
"처음에 아이템 하기로 하고는 우원씨와 밥을 자주 먹었어요. 일단 좀 친해지고 나서 속마음을 들어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우원씨도 너무 많은 언론을 만나다 보니 경계하는 부분도 있었겠죠. 근데 자주 만나 밥도 자주 먹으면서 그런 경계도 풀고 속마음을 꺼내게 되어 취재가 원활하게 진행됐습니다."
- 프롤로그에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부터 3월 전우원씨의 폭로까지 담으셨잖아요. 이렇게 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저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잘 알고 있는데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걸 짧게 배경지식을 깔아주고 들어가야 된다는 생각이 있어서 앞부분에 광주 민주화 운동부터 대통령을 했던 역사를 짚어주고 그다음에 이 역사가 묻힐 뻔하다 왜 우리는 다시 봐야 되는지 설명하기 위해서 우원씨의 폭로 얘기를 하게 된 거죠."
- 40년 이야기잖아요. 그걸 3분 정도로 압축한다는 게 어렵지 않았나요?
"그게 또 설명적으로 되면 재미가 없잖아요. 흐름에 맞게 중요한 포인트들만 골라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웠어요. 근데 여기 5.18과 전두환을 취재했던 선배들이 많아요. 선배들에게 조언 얻어서 잘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전우원씨 인터뷰부터 시작하셨어요. 왜 이거로 시작하셨어요?
"시청자들이 우원씨를 좀 가깝게 보기를 바랐어요. 단독 인터뷰를 통해서 시청자들이 보기에 SNS에서 폭로하는 멀리 있는 애가 아니라 가까이서 봤을 때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라는 걸 직관적으로 느끼길 바라서 인터뷰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인터뷰 분위기는 어땠나요?
"되게 의욕적이었어요. 우원씨도 긴 호흡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고 또 전달하고 싶은 진정성이 있었기 때문에 인터뷰가 굉장히 길었어요. 한 4, 5시간 됐는데 그 4, 5시간을 굉장히 제작진보다 더 열성적이고 진정성 있게 이끌어 나갔어요."
- 그럼, PD님 보시기에 전우원씨는 어떤 사람인 것 같아요?
"일단 첫 번째로 마음이 굉장히 여리고 생각보다 되게 신중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잘 케어하고 싶어 하는 친구 같아요. 광주에서 만난 어머님들도 그냥 찾아간다는 게 아니라 자기가 찾아갔을 때 오히려 더 힘들어하시지 않을까란 섬세한 부분까지 생각할 줄 아는 친구이더라고요."
"전두환을 신처럼 모시는 왕국이었다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