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3년에 개봉했던 케빈 클라인과 시고니 위버 주연의 <데이브>는 뇌사상태에 빠진 미 대통령을 대신해 대통령과 닮은 데이브 코빅이라는 남자가 대통령의 대역을 하게 되는 내용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데이브>에는 두 주인공 외에도 <아이언맨3>에서 만다린의 대역을 맡았던 벤 킹즐리가 강직한 부통령을, <슈퍼맨 리턴즈>에서 데일리 플래닛의 편집장 역을 맡았던 프랭크 란젤라가 탐욕스러운 비서실장을 연기했다.
사실 유명인 또는 지도자를 닮은 누군가가 그의 대역을 맡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는 <데이브>가 처음이 아니었다. 과거 일본에서 군주를 보호하기 위해 대역으로 내세우는 가짜군주를 의미하는 '카케무샤'는 지난 1980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다. 1940년에 개봉한 찰리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 역시 서로를 쏙 빼 닮은 독재자와 이발사의 이야기를 담은 정치풍자극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2년 조선의 15대왕 광해군이 병으로 쓰러졌을 때 그를 닮은 만담꾼이 왕의 대역을 했다는 가상의 역사물이 제작된 바 있다. 물론 개봉 당시부터 <데이브>를 비롯한 비슷한 설정의 다른 영화들과 유사성이 지적됐지만 이 영화는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병헌의 1인2역 연기가 돋보였던 추창민 감독의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