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어웨이
넷플릭스
덜컥 크로아티아로 떠나버린 주부
그녀의 하루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친정아버지와, 세대가 다른 딸은 아침 식탁에서부터 대놓고 으르렁거린다. 남편은 도통 그녀에게 관심이 없고 바쁘다고만 한다. 그런데 오늘이 다른 날도 아닌 어머니 장례식 날이다. 장례식 준비를 위해 부모님의 집을 찾은 변호사로부터 서류 봉투를 받는다.
그 안에 든 건 크로아티아 출신 어머니가 사 둔 집 한 채의 계약서이다. 아버지조차 모르던 일, 어머니는 어쩌자고 그 먼 곳에 집을 사신 것일까. 그런데, 그 계약서가 그녀 삶의 치트키가 될 줄이야.
아버지의 장례식 복장에서부터 손님 초대까지 장례식일을 일일이 준비하는 알틴, 그런데도 막상 추도사를 남편에게 맡긴다. 사람들 앞에서 말 하는게 자신이 없단다. 그런데 그 '남편'이 정작 장례식에 등장하지 않았다. 제 아무리 식당 일이 바쁘다손치더라도 장모님 장례식인데, 참다못한 알틴이 식당으로 찾아나선다.
그런데 남편이 웃고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한참이나 어리고 젊은 여자 신입 셰프가 있다. 남편이 저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는 게 도대체 얼마만이던가. 벼락 맞은 듯 그 사실을 깨달은 알틴은 허겁지겁 당황해서 그녀를 붙잡고 변명을 늘어놓는 남편을 두고 자리를 떠난다. 어디로? 어머니의 집이 있다는 크로아티아로.
바네사 요프 감독의 <파어웨이>는 나오미 크라우스와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아버지의 길>의 고란 보그란을 주인공으로 하는 로맨틱 코미디 성격의 영화다.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성과 판타지를 차치하고 보면, 제목 그대로 여주인공의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 된다.
자고 일어나 옆에 잠든 요시프(고란 보그란)을 보고 식겁한 것도 잠시, 문을 박차고 나와 마주한 바다에 반하고 만다. 창문조차 없는 창고 같은 오두막이지만, 그 문을 열고 나서면 온전히 바다로 향할 수 있다. 풍광에 반한 것도 잠시, 그녀는 그 집을 고쳐 '에어비엔비'로 돈을 벌고자 한다.
에어비엔비에 놓을 가전제품 준비를 서두르는 알틴 앞에서 그녀와 밤을 보낸 남자가 태클을 건다. 에어비엔비 따위로 그 집이 가진 고유한 영혼과 역사를 무너뜨릴 수 없다나?
그녀 집 앞에 텐트를 치고 자고 일어나면 염소 젓을 먹고, 고기잡이를 하고, 카페 알바에 점원까지, 이른바 섬의 '홍반장' 역할을 하는 사내는 크로아티아의 전통을 어해서든 지켜가려고 한다. 그런 그의 입장은 바다를 배경으로 아름답게 울려퍼지는 섬 사람들의 합창으로 대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