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4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비트코인 하우스> 스틸컷
전주국제영화제
02.
"공포에 사고 환호에 팔아라. 워렌 버핏 형님이 그랬다."
정보를 얻었으니 이제 필요한 것은 시드 머니(Seed money)다. 이번에는 이 종잣돈이 더 중요한 것이 저점에서 코인을 매수할 때 순간적으로 많은 자금이 투입되어 한꺼번에 사재기가 되면 될수록 해당 코인의 가격 또한 더 큰 폭으로 급등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제이는 자신의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이 한탕에 집어넣을 돈을 구하기 시작한다. 사회 초년생인 친구를 꼬드겨 학자금 대출을 위한 적금을 받기도 하고, 게스트 하우스의 장기 투숙객인 반달(조혜림 분)의 어렵게 되찾은 보증금을 빼앗기도 한다. 투자 명목이라고는 하지만 당장 몇 초 이후의 상황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비트코인 시장을 두고 '이번에는 반드시 오른다'는 말 한마디로 주위 사람들까지 끌어들인 셈이니 엄밀히 따지면 사기도 이런 사기가 없다.
전세 사기를 당할 뻔해서 그 전세금 천 만원을 받을 때까지 집도 없이 게스트 하우스에 투숙하던 반달도 처음에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냐며 의심을 드러냈지만 이건 못해도 10배의 타이밍이라는, 지금 가진 돈의 금액 뒤에 공짜로 숫자 0이 하나 더 붙게 될 것이라는 제이의 말에 마음을 홀딱 빼앗겼다. 사람의 욕심이 그렇지 않나. 월세보다는 전세를 살고 싶고, 전세보다는 내 집을 갖고 싶고. 불안한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의 마음이 그 불안을 자꾸 지우고 빛나는 허상만 쥐고 싶어 한다.
03.
막상 수중에 있는 돈을 맡기고 나니 이제 더 적극적인 건 반달이다. 더 큰 한탕을 노리기 위해 인터넷 방송으로 자신들의 코인을 주제로 한 인터넷 방송까지 시작하는 두 사람. 거짓 소문을 풀어 사람들이 해당 코인을 더 많이 매수하도록, 그래서 가격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자신들은 언제 최고점이 되는지, 매도를 언제 하면 수익을 제일 많이 볼 수 있는지 알고 있다고 의심의 여지없이 믿고 있으니 말이다. 확정된 미래가 현재 자신들의 손안에 있다고 굳게 믿고 있으니 무서울 게 뭐가 있을까.
하지만 허황된 꿈이 잔혹한 현실로 뒤바뀌는 것은 하루아침의 일이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세상에 100% 장담할 수 있는 일이 어디 있겠나. 심지어 제이의 계획과 정보는 잘 알지도 못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불특정 다수로부터, 24시간 요동을 치며 도박에 가까운 운을 필요로 하는 코인 시장을 바탕으로, 성공을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슬픔과 실패를 딛고 일어서야 했던 일을 위한 것이었다. 이 일에 동조한 반달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당장은 피해자처럼 여겨질지도 모르지만, 결국 선택은 본인이 한 것이고 실제로 그 이후에는 더 적극적이기까지 했다. 제이를 통한 간접 투자였기에 본인의 손에 피만 묻히지 않았다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