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변했을 수도 있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 군대 훈련소 생활관(당시엔 내무반으로 불렸다)에는 TV가 없었다. 군대 훈련소란 입소한 훈련병들이 정해진 기간 동안 철저하게 통제된 생활을 하는 장소였기 때문에 여유 있게 TV를 볼 '자유시간' 따윈 주어지지 않았다. 이따금씩 시청각 정신교육을 위해 TV를 사용할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는 TV가 설치된 다른 장소로 이동해 시청각 교육을 실시했다.
대신 각 생활관에는 스피커가 있어 훈련병들에게 필요한 사항을 방송을 통해 전파하는데 이용했는데 훈련병들이 스피커를 통해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은 다름 아닌 매일 오전 6시에 울리는 '기상나팔'이었다. 하지만 훈련소에서도 가끔 취침시간에 짧은 시간이나마 국군방송의 라디오를 틀어줄 때가 있었다..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생활을 하는 훈련병들에게 강압적이지 않은 군DJ의 목소리는 성시경 만큼 감미롭게 들리곤 했다.
사실 자대에 배치된 후 생활관에 설치된 TV 시청에 익숙해지면 군 라디오 방송을 듣는 군인은 점점 줄어든다. 하지만 사제방송을 접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이면 군 방송은 군인들에겐 유일한 위로가 되곤 한다. 특히 전시상황으로 파병된 군인들에게는 군 라디오가 큰 힘이 될 수 밖에 없다. 베트남 전쟁 당시 주월미군 방송의 DJ로 활동했던 애드리언 크로나워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굿모닝 베트남>을 보면 그 마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