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별들의 길이 되어, 이태원 진실버스>의 한 장면
뉴스타파
다음은 홍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이태원 참사 유가족 진실버스 동행기를 담은 다큐를 만드셨는데요. 소회가 어떠세요?
"일단 찍을 때는 되게 정신이 없었는데 끝나고 나니 개운한 것 같아요. 제가 이태원 참사 취재하면서 회사의 도움으로 심리 상담도 같이 받고 있거든요. 왜냐하면 감정 전이라는 게 있대요. 유가족분들의이 슬픈 모습이나 우시는 모습을 보면 그 슬픔이 저에게 옮겨오는 거죠. 이번 진실 버스에서 (유가족분들과) 자는 시간 빼고 거의 같이 있었잖아요. 사실 그분들도 우시기만 하지 않아요. 울다가 밥 먹고 웃고 농담도 하고 화냈다가 또 웃기도 하죠. 예전엔 울고 화내는 모습만 봤는데 전체적인 모습을 다 보니까 마음의 부담감도 내려간 것 같아요. 저에게 전이됐던 슬픔도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 시청자들 반응은 어떤가요?
"극과 극이에요.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대다수라고 생각하는데 또 욕하는 분들도 있죠. 그런 양분된 모습을 보는 게 만든 사람 입장에서 슬픈 것 같아요."
- 진실버스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되셨어요?
"언론에 나오는 유가족분들은 정형화된 모습이잖아요. 이분들이 평소 어떻게 계시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분들이 단순히 울고 화내고 분노하고 소리치기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마침 '진실버스'가 기획된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취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회사에 진실버스 일정 취재하고 싶다고 건의했고요."
- 다큐 제작은 처음이셨는데, 어땠나요.
"부담이 많이 됐어요. 다른 다큐를 많이 보고 참고했어요. 다큐가 재밌긴 어렵지만 그래도 지루하면 안 되잖아요. '어떻게 하면 지루하지 않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했고 다녀와서도 계속 고민한 것 같아요."
- 다큐는 스토리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 같아요.
"일단 기본적으로 시간순으로 하자는 생각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진실버스라는 게 전국을 순회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10일을 다 보여줄 수는 없잖아요. 이래서 10일 중에 어떤 것들을 잘 조합할지 고민했고요. 다큐 보면 유가족분들이 버스에서 밥 먹다가도 농담하시고 서로 벚꽃 나무에서 사진도 찍고 하세요. 그런 걸 적절히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유가족들의 평소 모습을 더 담으려고 하신 거네요?
"맞아요. 그분들이 기자회견 하시는 모습은 국민들도 많이 봤잖아요.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죠. 우리 사회가 점점 참사 유가족을 타자화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나와는 다른 사람이고 뭔가 이상해 보이고 과한 주장을 하는 사람 같다고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
- 다큐에서도 유가족 중 한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잖아요. "자기도 똑같은 국민의 한 사람인데 다르게 보는 것 같다"고요.
"다 똑같은 사람들이죠. 우리도 회사에서 일이 너무 안 되거나 상사한테 혼나면 엄청 화나지만 그러고도 밥을 먹잖아요. 그분들도 전단지 돌리다가 막말 듣고 화가 나도 밥을 드세요. 그게 사람사는 거잖아요. 유가족분들도 다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 첫날 출발할 때 분위기는 어땠나요?
"첫날에는 유가족분들도 부담도 있으셔서 (분위기가) 좀 무거웠죠. 왜냐하면 당시 국민동의 청원이 막 시작했을 때고 (진실버스에 참여하는) 유가족분들이 총대를 메고 가는 건데 성과를 못 가져오면 실망하거나 의욕이 꺾이지 않을까란 걱정도 많이 하셨어요. 그래서 처음에 엄숙했는데 버스 출발하고 1시간 지나니까 누구나 그렇듯이 농담하시고 서로 소일거리 얘기하시고 하시더라고요."
"언론이 '피해자다움' 조장하는 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