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신> 개봉 후 국내에서 영화 속 주윤발의 트레이드 마크인 올빽머리가 유행하기도 했다.
한국영화배급(주)
도박을 소재로 한 영화의 시리즈 제작은 쉽지 않다. 허영만 작가의 인기만화를 원작으로 한 한국영화 <타짜>도 극찬을 받았던 1편 이후 점점 완성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현재 3편까지만 제작됐다. 하지만 1989년에 첫 선을 보였던 <도신>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고 주인공이 바뀌었다가 다시 돌아오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27년 동안 10편까지 제작됐다(도신, 도성, 도협, 도협2, 도신2, 도성2, 도신3,도성풍운,도성풍운2,도성풍운3).
사실 <도신> 시리즈는 도신을 연기한 고진(주윤발 분) 한 사람만 주인공인 영화가 아니다. 고진과 동고동락하다가 도신의 제자가 된 도자이(유덕화 분)가 '도협'이 되고 투시와 최면술, 염력 등 다양한 초능력을 가진 시골청년 아성(주성치 분)은 '도성'으로 거듭난다. 이렇게 여러 도박의 고수들이 하나의 세계관에서 어우러지면서 <도신>이라는 프랜차이즈를 꾸려 나갔다.
<도신>은 도박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왕정 감독의 또 다른 도박영화인 <지존무상>과 자주 비교된다(두 영화 모두 유덕화가 주연으로 출연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하지만 두 영화는 엄연히 색깔이 다르다. <지존무상>이 도박을 소재로 하고 있을 뿐 사나이의 우정과 의리 등을 강조한 누아르 장르에 가깝다면 <도신>은 적수가 없었던 '도박의 신' 고진이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리며 겪는 액션 드라마에 가까운 영화다.
<도신>과 <도성>에 이어 같은 세계관을 잇는 세 번째 영화는 1990년에 개봉한 <도협>이었다. 하지만 국내에서 <도협>은 <지존무상>의 후광을 누리기 위해 <지존무상3>라는 전혀 상관없는 제목으로 개봉했다(국내에서 <지존무상>의 속편으로 알려진 <지존계상>은 <지존무상>의 속편이 아닌 아류작에 가깝다). 결국 <정전자>와 <도성>, <지존무상3>, <도협2>로 국내 개봉명이 꼬이면서 관객들은 엄청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도신>과 <도협>,<도성>,<도성풍운> 등은 모두 1989년에 개봉한 <도신>으로 시작되는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 다만 1991년에 개봉한 주성치 주연의 코믹 액션영화 <신정무문>은 영화 초반 '도성'이 카메오(?)로 출연하지만 영화의 소재와 전개는 도박과 무관하다. 역시 같은 해 개봉한 매염방 주연의 <도패>에도 도성 역의 주성치가 카메오로 출연했지만 <도신>의 정식 후속작으로 인정 받진 못했다.
<지존무상>과 <도신>에 모두 출연한 유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