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KBS
 
북한이 올해 들어 9차례나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은 날로 고도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 버튼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 상황에서 게임체인저는 무엇일까?

지난 18일 KBS 1TV 시사교양 프로그램 <시사기획 창>에서는 '한반도 게임체인저'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날로 고도화되는 북핵에 대한 우리 대응책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내용이 담겼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한반도 게임체인저' 편을 취재한 최성원 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최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 지난 18일 방송된 KBS 1TV <시사기획 창> '한반도 게임체인저' 편 방송을 끝낸 소회가 궁금합니다.
"공영방송에서 다뤄야 하는 중요한 주제들이 있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외교, 국방, 안보, 경제, 환경, 여성, 청소년, 아동, 인권 혹은 사회의 구조적 문제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 외교 국방 안보 분야에 대한 아이템입니다. 특히 북한이 핵무기를 고도화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대칭적으로 대한민국은 어떻게 국민들을 지킬 것인지 윤석열 정부가 답을 주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위험 수위가 한껏 높아진 한반도 상황을 담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잘 전달됐다고 생각합니다. 고민하고 있던 과제를 털어낸 기분입니다."

- 한반도를 둘러싼 핵 문제를 어떻게 취재하셨나요?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핵 문제를 보려면 5개의 축에 대해 살펴보아야 해요. 우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있고요. 군사 강국인 러시아가 고전하고 있는데 푸틴이 전술핵 카드 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고요. 두 번째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현재 핵탄두를 400기 정도 가지고 있는데 군사전문가들은 2035년에 4배나 늘어난 1500기까지 증강할 것으로 예측해요. 그리고 북한입니다. 현재 수십 기 정도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미국도 지금 북한이 핵탄두를 실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미국 워싱턴까지 도달시킬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하고 있어요. 그리고 일본입니다. 일본은 북한 전술핵무기의 직접적인 사정권 안에 들어가는 것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입니다. 서울에서 파주까지 가는데 차로 30분 정도 걸려요. 바로 임진강을 건너면 북한 땅입니다. 핵위협을 하는 북한과 마주하고 있죠. 서울 인구가 약 950만 명 정도, 경기도 인구가 약 1300만 명이에요. 이렇게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상황에서 핵위협을 하는 적과 마주보고 있는 나라가 전 세계에 우리나라 뿐입니다. 이 5개의 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했습니다."

- 이 아이템을 취재하기 전에는 북핵에 대해 어떻게 보셨어요?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을 취재한 적이 있어요. 실제로 북한 측 인사들을 만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1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라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합의문을 작성한 것입니다. 평화, 번영을 위한 북미간 새로운 관계에 대한 약속, 한반도 항구적 안정적 평화 체제 구축 노력, 한반도의 완벽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 북미 전쟁포로와 실종자 유해 발굴 및 송환입니다. 마지막 조항은 트럼프 대통령이 큰 성과라고 자랑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해인 2019년 2월 2차 북미정상회담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었고 김정은 위원장이 장시간 전용 열차를 타고 갔어요. 그런데 그게 무산됐지 않습니까. 시작하자마자 무산된 상황에서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결국에는 그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북한이 지금까지 개발해 온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등을 보란 듯이 공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른바 벼랑 끝 전술을 다시 시작한 상황이에요. 이번 북한의 움직임은 과거 재래식 무기를 통한 위협과는 차원이 다른 움직임이기 때문에 주의 깊게 보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아이템을) 기획했습니다."
 
 최성원 기자
최성원 기자이영광
 
- 2018년 싱가포르 북미 회담 때와 지금 북한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그 당시에는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 측면에서 포기할 수도 있다는 시각의 전문가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가장 달라진 점은 우크라이나 전쟁입니다. 이 전쟁을 보면서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생각해요. 외부 환경의 영향으로 북핵을 바라보는 시각에 큰 변화가 생긴거죠."

- 북한이 핵을 보유하려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봐야 할까요. 공격용일까요, 협상용일까요?
"북핵은 북한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도 되고, 대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도 된다고 생각해요. 방어적 무기이면서도 공격도 가능한 무기죠. 결국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당당하게 미국과 협상에 나서고 핵 감축을 내걸고 체제보장과 경제 제재를 해결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고 있어요."

- 미국이 북한에게 체제 안전을 보장해주겠다고 하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이미 미국은 북한의 현 체제를 보장하고 체제 전복을 시도할 의도가 없다고 수차례에 걸쳐서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북한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받고 있지 않습니까? 그 제재를 풀어야 하는데 그걸 풀기 위한 전제조건을 북한이 제시할 의사가 없는 거예요. 그러니 대북 제재가 유지되고 있죠.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에 쌓인 불신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번번이 북한이 얻어간 게 없거든요. 북한이 신뢰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되는데 '대북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미국도, 한국도 분명한 스탠스를 정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사실상 대북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해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우크라이나 전쟁이 북한에 미친 영향은 어떤 것일까요?
"크게 두 가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우크라이나는 구소련 시대에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었어요. 그런데 핵을 포기하는 대신 안전과 경제 지원을 보장받았죠. 그리고 러시아로부터 침공을 당했습니다. 이걸 목격한 김정은 위원장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첫 번째 시각입니다.
 
두 번째는 역설적이지만 핵을 보유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는데, 우크라이나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요. 러시아는 세계 2위 군사 강국이고 우크라이나는 세계 20위 안에도 못 들어요. 재래식 전투와 미래전이 융합된 복합전 양상으로 벌어지고 있고, 사이버전도 우크라이나가 잘하고 있어요. 크림반도를 러시아가 강제 병합시킨 뒤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 대비해 많은 준비를 해왔거든요.

지금 전 세계인들이 '이번 전쟁의 희생자는 우크라이나'라고 생각하잖아요.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하는 잔혹행위들이 전 세계에 알려지고 있고요. 그게 우크라이나의 탁월한 사이버전의 성과죠. 반면 푸틴은 도대체 왜 이런 전쟁을 벌이고 있는지 러시아군이 어떤 성과를 올리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어요. 러시아의 주요 언론사와 블로거들의 사이트를 미국 IT기업들이 차단했거든요. 북한도 이 사이버전의 중요성을 깨달았을 거예요.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북한이 새롭게 미래전에 대해서 체계적인 준비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어요."
 
 최성원 기자 인터뷰
최성원 기자 인터뷰이영광
 
-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한국형 3축 체계'의 효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우리가 '한국형 3축 체계'라는 용어를 쓰는데, 북한의 공격징후가 파악되면 도발 원점을 선제타격하는 것이 '킬체인'이거든요. 그리고 날아오는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하는 게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제' KAMA이고, 마지막으로 북한 미사일이 남한에 떨어지면 바로 대량 보복을 하겠다는 게 KMPR입니다. 그런데 이 3축 체계의 개념이 모호해요. 

북한은 실제로 남한을 공격할 때 섞어 쏘기를 할 거예요. 그러면 우리가 공격 징후를 파악해야 하는데 쉽지 않죠. 우리는 미사일 방어 체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몇백 개나 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진 못했어요. 논란이 컸던 사드도 몇 개 되지 않고요. 미사일을 북한에서 계속 쏘는데 그것을 다 격추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죠. 또한 예산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는 데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국방 예산으로는 감당이 안 될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형 3축 체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크죠."

-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선제타격론을 주장했어요. 가능하다고 보세요? 한국에는 아직 전시작전권도 회수되지 않았는데.
"어렵고 위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북한의 공격 징후를 파악하려면, 정보 자산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대부분의 자산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미국에서 북한이 공격한다는 징후를 포착한다면 우리가 선제타격을 결정해야 하는데, 북한이 공격하기도 전에 공격 징후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우리가 공격을 쉽게 할 수 있을까요."

전시 작전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도 중요한 일인데요. 한미간 핵 공격 대응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합의가 없어요.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가 아직도 자체 정찰위성이 없어요. 3축 체계의 핵심은 감시정찰을 활용한 '눈'인데 아직 눈도 없어요. 그러니까 불명확한 정보 아니면 의존적인 정보로 과연 우리가 북한을 선제타격하는 결정을 할 수 있을까요. 상세하고 체계적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이번 편을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요.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분명한 목표와 확실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목표와 전략이 무엇인지 불명확해요. 예를 들어, 북한 비핵화라는 게 불가능해졌지 않습니까. 그러면 한미간 대북 정책의 새로운 목표는 무엇이고 수행 전략은 무엇인지 묻고 싶은 겁니다. 그리고 핵 억지력, 핵우산은 도대체 무엇이며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해서 대한민국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해요.

그 어느 때보다도 국가 안보 위기입니다. 그리고 70년 동안, 굳건한 한미동맹을 통해 한반도 평화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북한의 핵 위협이 계속되고 있어요. 핵 위협을 해결하기 위한 게임 체인저가 한국이 되어야 해요. 국민들은 리더로부터 그것을 보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전북의소리'에 중복게재 합니다.
최성원 시사기획 창 게임체인저 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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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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