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역에 울려 퍼진 김복동의 외침 “일본 정부는 사죄하라”>의 한 장면
뉴스타파
- 지난 3월 31일 업로드된 다큐 <일본 전역에 울려 퍼진 김복동의 외침 "일본 정부는 사죄하라">를 연출하셨잖아요. 소회가 어떠세요?
"지난 1월과 2월에 일본에서 열린 영화 <김복동> 상영회를 다녀왔는데, 그 이야기 의미를 제대로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일본 내에서 김복동 할머니의 삶이나 영화 <김복동>를 어떻게 보는지 한국에 있는 시민들한테도 좀 알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제작했어요. 단순하게 영화 상영회를 구구절절 설명한다기보다 상영회 준비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어떤 마음으로 상영회를 준비하게 됐는지, 그리고 일본 관객들은 영화를 보고 어떤 마음 가지게 됐는지 영화 <김복동>을 연출한 사람으로서 정리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 처음부터 다큐 제작 계획을 갖고 시작한 건가요?
"아니요. 1월 21일 첫 도쿄 상영회에 참석했을 당시만 해도 영화 상영회 가지고 리포트를 만든다거나 내용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별로 없었던 거 같아요. 그러다 2월 25일에 교토 상영회에 참석하게 되는데, 그 상영회에 영화 속에 등장하는 '김복동의 희망' 장학생들이 참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만약 그 학생들을 다시 한번 직접 만날 수 있다면, <김복동> 상영회가 일본 사회에서 상영된 의미를 짚어볼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던 거 같아요."
- 상영관 잡기 어렵지 않았나요? 일본 극우들의 방해 공작이 있었을 것 같거든요.
"방해 공작이 있지는 않았지만, 준비위 측에서 방해 공작을 대비하시더군요. 예를 들면 저는 그런 문구를 처음 봤는데, 상영장 앞에 '폭력을 사용하려고 하는 사람은 출입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는 경우는 없잖아요. 그런데 대부분 상영장 입구에 '폭력을 행사하려는 사람들은 출입할 수 없다'라는 식의 문구가 붙어 있었어요. 그걸 보니까 이분들이 얼마나 극우 폭력적인 사람들에게 노출됐는지가 느껴졌어요.
제가 상영회를 가면 관객들과 질의응답을 하는데, '이 상영회를 준비하면서 위협을 받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이 정말 많았어요. 그래서 제가 오히려 영화 한 편을 이렇게 상영하는데, 그것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걱정을 받아야 되는 일인 거냐고 되물었거든요. 그만큼 재일동포 사회가 굉장히 일상적인 폭력에 노출되지 않았나, 많이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일본에서 열린 <김복동> 상영회 때 분위기는 어땠나요?
"일본 사회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도 하지 않고 있고, 언론에서도 거의 다루지 않고 있거든요. 워낙 이와 관련한 정보가 유통되는 사회 분위기가 아니다 보니, 혹시 영화를 편협하고 일방적인 시선으로 보는 건 아닐까 우려하고 걱정했어요. 그런데, 실제 상영장을 찾아서 관람한 남녀노소 관객들이 김복동 할머니의 이런 투쟁에 대해 많이 공감해 주셨어요. 지금까지 일본에 살면서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다는 소감도 많았고요. 이 영화를 통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조금이라도 알게 됐고, 주변에도 알리겠다는 다짐도 있었어요. 특히, 김복동 할머니의 활동을 보면서, 피해자들이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인권운동가로 느낄 수 있어서 놀랐고, 감동했다는 말씀 많이 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