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은 장편 감독 데뷔 전 <모텔 선인장>의 각본과 조연출, <유령>의 각본 작업에 참여했다. 그러다 처음으로 투자사의 지원을 받아 만들게 된 첫 장편영화가 2000년 2월에 개봉했던 <플란다스의 개>였다. 봉준호 감독 정도 되는 거장도 장편 영화를 만들기 전에는 선배감독 밑에서 스태프로 활동하며 준비과정을 거쳤다는 뜻이다.
거대자본이 들어가는 상업영화의 경우 소수인원과 소액으로는 한 편을 완성하기 쉽지 않다. 작년 <헤어질 결심>으로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던 박찬욱 감독 역시 "내 색깔을 보여주면서 투자자가 손해보지 않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할 정도로 상업영화와 자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하지만 지난 1991년 텍사스의 오스틴대학에 다니던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은 7000달러(약930만 원)로 장편영화 한 편을 만들어 무려 제작비의 290배가 넘는 흥행수익을 올렸다. 그렇게 엄청난 이윤을 남긴 로드리게스 감독에게 많은 투자자가 모이는 것은 당연한 일. 그리고 로드리게스 감독은 1995년 데뷔작보다 무려 1000배나 많은 7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멕시코 3부작 중 두 번째 영화 <데스페라도>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