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추적 60분> '숙련공의 소멸, 제조업이 무너진다' 편의 한 장면
KBS
2010년 중후반 조선업계는 극심한 불황에 시달렸다. 하지만 최근 조선업계는 수주가 늘어나며 호황을 맞고 있다. 최근 10년 만에 최대 수주를 기록했다는 보도도 있다. 그러나 일할 사람이 없어서 수주 물량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왜 그럴까?
지난 10일 방송된 KBS 1TV 시사교양 프로그램 <추적 60분> '숙련공의 소멸, 제조업이 무너진다' 편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경남 거제의 출근길 풍경으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왜 조선소나 건설 쪽에서 숙련공이 사라지는지를 추적했다. 취재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14일 해당 회차를 연출한 박영미 PD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박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10년 만에 호황 맞은 조선업, 그 이면을 봐야한다
- 방송을 끝낸 소회가 어때요?
"우선 3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숙련공 부족과 제조업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야 해서, 이 큰 이야기를 다 다룰 수 있을까 걱정했었어요. 특히 현장에서 사람 구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는 계속 들었고 모두가 아는 얘기였잖아요. 이 뻔한 이야기를 왜 <추적 60분>에서 지금 해야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제작진들은 <추적 60분>이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 자동화 시대에 제조업과 숙련공의 중요성에 대해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의 메시지가 시청자분들께 잘 전달되었기를 바랍니다."
- 숙련공 소멸로 인한 제조업 문제는 어떻게 취재하게 됐나요?
"우리나라에서 제조업은 '한국의 뿌리 산업'이고 또 수출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밑바탕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현장에서 숙련 기술로 일하는 걸 3D 업종이라고 부르며 기피하는 추세죠. 기능마저 자동화로 대체되는 등 여러 이유로 숙련공들이 사라지고 제조업은 쇠퇴하고 있어요. 뿌리가 없는 나무는 있을 수 없듯이, 아무리 좋은 혁신과 아이디어도 그걸 실현시킬 숙련 기술과 제조업이 없다면 '날지 못하는 비행기'입니다. 자동화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더 늦기 전에 숙련공 소멸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취재는 어디에서부터 시작했나요? 공부도 필요했을 것 같은데.
"일단 숙련공이 필요한 분야인 조선업, 건설업, 제조업 등에서 숙련공 부족 실태에 대한 기사와 자료 수집을 시작했어요. 근데 자료 만으로는 현장에 있는 분들의 목소리를 다 느끼지 못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발제안을 만들기 전에 무작정 시흥-안산 공단 및 구로 공단을 혼자 카메라 들고 돌아다녔어요."
- 경남 거제의 출근길 풍경으로 시작했던데 왜 이렇게 구성하셨나요?
"처음 이 아이템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조선업계가 10년여 만에 호황을 맞았는데 인력이 부족해서 배를 못 만들고 있다'는 뉴스였어요. 현장은 어떤 상황이길래 사람이 없어 배를 못 만들고 있다는 건지 궁금했고요. 현장 이야기를 들으러 조선업의 상징 도시인 거제도로 내려갔습니다. 실제로 출근길에서 노동자분들이 체감하시는 바를 저희에게 알려주시더라고요. '지금 언론에서는 수주량이 많아서 호황이라고는 하는데 그 이면을 봐야 한다'고 알려주신 분들이 많았고 여기서부터 취재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느꼈던 그 의아함을 시청자분들도 공감해 주시길 바라서 조선소 출근길 장면으로 시작했습니다."
- 실제로 가본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요?
"현장은 장기 불황을 견디고 다시 호황이 왔으니 무척 반기는 분위기이긴 했어요. 수주가 이제 많아지고 있으나 크게 기뻐하지만은 못하는 분위기였어요. 숙련공들에 대한 열악한 대우, 적은 임금 문제가 아직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업체 측에서도 숙련공을 구하고 싶어도 구하지 못하고 있었죠."
- 조선소가 호황이지만 숙련공에 대한 대우는 달라지지 않은 건가요?
"네. 조선소의 수주 물량이 많아져서 '호황'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거기서 일하는 숙련공들에 대한 임금이라든가 대우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해요. 어떻게 보면 조선업계의 본질적인 문제로 인한 것이죠. 발주사, 원청과 하청업체, 재하청 업체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점차 떨어지는 단가에 맞춰 노동자들의 임금도 결정되기 때문이에요. 이전에는 저가 수주로 인한 적은 임금이 문제였다면 지금은 고부가가치선인 LNG, LPG선 위주의 수주가 많아지며 상황이 괜찮아졌어요.
그런데 선박 수주의 특성상 처음에 주문받았을 때 계약금 등 선수금 외에는 제작 후 납품을 해야 그 전체 금액 잔금을 받는 구조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선박은 하루아침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수개월, 몇 년은 걸리는 작업인데 중간에 재료비가 갑자기 상승하기도 하고 변수가 많지요. 인건비도 계속 드는데 선박 제작 비용은 납품을 넘긴 이후에 들어오고요. 그러니까 업체들의 입장은 호황인 것처럼 보여도 현금을 굴리기 어렵다, 임금을 예전만큼 올려줄 수 없다는 거죠."
- 그렇다면 지금은 아니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임금을 더 많이 주겠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나중에 돈을 더 줄 테니 오라고 할 수 있죠. 그렇지만 숙련공들의 반응은 달랐어요. 조선업계가 불황일 때, 숙련공은 가장 먼저 손쉽게 정리 당했어요. 미래를 담보 받지 못한 채 떠나야 했던 옛 직장에서 다시 미래를 약속하며 돌아오라고 한다면, 누가 그 약속을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요."
평당 28만 원이 4만 원으로... 단가 후려치기의 문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