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MBC
부부는 웨딩 촬영을 위하여 스튜디오를 찾았다. 하지만 웨딩드레스를 입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 아내와 달리, 남편은 시종일관 반응이 무덤덤했고 마지못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남편은 "솔직히 끌려와서 하는 거다. 자발적으로 하는 건 아니다. 빚을 내서까지 하는 거면 안 하고 싶지 않냐"며 속내를 털어놨다. 남편의 무심함에 아내는 또 한 번 상처를 받아야 했다.
소통 부재로 인한 부부의 갈등은 위험천만한 장면까지 연출했다. 부부는 뒷좌석에 아이들을 태우고 운전을 하다가 아이가 카시트를 풀고 움직이는 장면을 목격했다. 남편은 이를 보고도 말없이 운전만 했고, 화가 난 아내는 도로 한복판에 내려서 아이의 카시트를 다시 채웠다. 아이들은 엄마의 싸늘한 표정과 반응에 당황하며 무서워했다. 오은영과 패널들은 아무리 화가 났어도 아내의 행동이 위험천만했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오은영은 남편이 둔감하고 매사를 무심하게 넘기는 성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남편은 영상으로 분명한 증거가 남은 상황에 대해서도 "정확히 무슨 상황인지 몰랐다", "기억이 안 난다", "나도 내가 왜 저랬는지 모르겠다"는 변명으로만 일관하여 답답함을 자아냈다.
오은영은 아내에게 "이 결혼식이 무슨 의미인지?"라고 질문했다. 아내는 "나도 사랑받고 있는 사람이다"라고 답하며 눈물을 보였다. 오은영은 "아내에게 결혼식이란 부부의 정당성을 선포하고 가족에게 인정받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식에 대하여 느끼는 의미와 중요도가 남편과 전혀 다르다는 게 부부의 비극이었다.
알고보니 아내는 남편의 건강검진을 위하여 몰래 적금까지 들어놓고 있었다. 아내는 사랑하는 남편의 건강을 누구보다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아내의 깊은 마음을 알게 된 남편은 눈물을 쏟아냈다.
또한 아내에게는 아픈 개인사가 있었다. 아내는 이혼가정에서 자라며 가정폭력에 시달렸고, 가출하여 전 남편을 만나 어린 나이에 임신을 했다. 하지만 남편은 바람이 나서 아내를 버렸다. 아내가 전 남편 사이에서 얻은 큰 딸은 친부의 아동학대로 인하여 영양실조로 안타깝게 먼저 세상을 떠났다. 연이은 비극을 겪으며 아내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게 잘못이구나"라고 자책했다고 고백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VCR에서 귀가한 부부는 좀 전의 카시트 해프닝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아내는 심각한 상황을 보고도 말을 하지 않는 남편에 대하여, 그동안 쌓여왔던 서운함을 털어놨다. 하지만 이번에도 남편은 아내의 추궁이 시작되자 말문을 닫아걸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남편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아내와의 대화가 두려운 진짜 이유에 대하여 "아내와 대화의 기승전결이 결국 '이혼'이 될까봐 두렵다. 이혼은 절대 못 한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결국 아내는 답답함에 눈물을 쏟아냈고 급기야 고성을 지르며 울분을 털어놨다. 격해진 아내 앞에서 남편은 고개까지 돌리고 답을 외면했다. 부부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아이들은 방안에서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그렇게 부부의 대화는 감정만 상한 채 소득없이 종료됐다.
남편은 심리검사에서 위험회피 성향이 높으며 사회적 민감성이 낮은 고립되고 겁 많은 유형으로 나타났다. 남편은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게 1번"이라면서도 "마음을 표현하는 게 너무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에 오은영은 "표현은 하다보면 조금씩 익숙해진다. 대화는 기술이 아니라 진심을 전달하는 게 정답"이라고 조언했다.
오은영은 부부를 위한 힐링리포트로 "남편은 화장실, 아내는 결혼식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남편은 화장실과 이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내에게는 "남편은 '개방형 질문'이 많지 않는 유형이다. 남편에게는 상대방의 의도를 먼저 표현해주고 '예쁘다는 말이 듣고 싶다'는 식으로 '폐쇄형 질문'이 더 어울린다. 남편이 말문이 막히는 경험이 줄어들면 아내와의 대화도 더 편안해질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아내를 위한 서프라이즈로, 남편은 13년 만의 특별한 프러포즈를 선사했다. 남편은 용기를 내어 미리 준비한 자필 편지를 낭독하며 아내에 대한 사랑을 처음으로 털어놨다. 이어서 무릎을 꿇고 꽃다발을 선물하는 로맨틱한 장면을 연출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남편의 선물에 놀라면서도 감동한 아내는 기쁨의 눈물을 쏟아냈다.
아내는 "꿈꿨던 프러포즈를 받게 해줘서, 큰 용기 내줘서 고맙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당신을 버리지 않아. 당신 옆에 꼭 있을 거다. 천천히 이야기하고 기다려줄게"라고 애틋한 진심을 전하며 화답했다. 지켜보던 오은영과 패널들도 덩달아 모두 감동의 눈물을 쏟아냈다.
비로소 한결 홀가분해진 표정의 남편은 "인생의 한 발짝을 내딛는 게 이렇게 어려운지 처음 알았다. 별거 아닌데 힘들게 했고 오래 기다리게 했다. 옆에 있어줘서 고맙고, 당신 위해서 열심히 살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 편의 영화같은 훈훈하고 감동적인 반전 엔딩에 모두 박수를 보내며 부부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