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장면 갈무리
KBS
미국과 접경지대인 멕시코 국경 지대, 그곳에는 미국으로 건너가기 위해 기회를 노리는 밀입국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런데 대다수 남미 국가 사람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중국인들이 눈에 띈다.
3만 7439명, 2023년 밀입국을 시도하다 체포된 중국인들의 숫자다. 2021년 689명으로 1년 사이에 무려 54배나 급증했다. 밀입국의 여로는 만만찮다. 최근 밀입국자에 대한 미국의 대처가 엄중해졌기에 더욱 그렇다. 우선 비자가 필요치 않은 태국을 거쳐 중국인들은 남미로 건너간다. 그중에서도 콜롬비아가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곳에서 미국으로 건너가기 위해서는 밀림과 강을 건너야 한다.
이 밀입국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거 마약 카르텔에 속해 있다 이제는 밀입국 중개인이 된 이들에게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많은 돈을 건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뱀들이 들끓고, 비만 오면 범람하는 계곡 등을 목숨을 걸고 지나가야 한다. 종종 산길에서 목숨을 잃은, 혹은 강을 건너다 떼로 목숨을 잃은 중국인들의 기사가 등장한다. 그렇게 목숨을 걸고도 국경을 건너다 체포되면 본국으로 송환된다.
그런데도 목숨을 걸고 미국으로 가려는 이들이 상당하다. 중국 경제가 최근 침체를 겪는 것도 큰 영향을 미친다. 2019년 3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던 베이징, 하지만 불과 4년 만에 30%가 급감했다. 중국은 지난해 6월 청년실업률이 21.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는 2024년 현재 중국 배달업 종사자를 약 2000만 명으로 추정한다. 당연히 청년 사이의 경쟁은 치열해지는데, 물가는 고공행진 중이기에 사람들이 비상구를 찾아 나서게 된 것이다.
과거 전 세계의 유명 브랜드의 상당수 공장이 중국에 있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은 더 이상 싼 노동력을 대표하는 국가가 아니다. 지난 10년간 임금은 두 배 가까이 올랐고, 많은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의 공장을 더 싼 임금이 보장되는 베트남 등으로 옮기고 있다. 공장이 사라지자 공장을 기반으로 하던 지역 경제는 무너져 갔다. 미국에 맞서 국제 경제와 정치에서 주도권을 거머쥐려 했던 중국의 의지는 수출입에 있어 대중 규제를 만들어 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건 코로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처다. 상하이 봉쇄처럼 제로 코로나 정책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에 머물던 외국인들의 발길을 돌리도록 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중국인 해외 망명 신청자가 95만 명에 육박한다. 자산가들도 중국을 떠나는 중이다. 중국 정부는 첨단 산업을 발전시키고 러시아와 무역 규모를 늘리는 등 변화하는 정세에 대처하고 있지만 고국을 떠나 밀림을 헤매며 미국으로 향하는 자국민들의 발걸음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
정체된 조국을 떠나 삶의 활기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