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괜찮아, 앨리스> 스틸컷
미디어나무㈜
국어·영어·수학 같은 주요 과목은 하나도 안 배우고 일 년 내내 시험 스트레스, 성적 스트레스도 없다. 여기서 기숙사 생활을 하는 청소년들은 대입 준비 대신 춤이나 악기를 배우고 연극을 함께 만든다. 이런 학교 얘기를 하면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미쳤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진짜 그런 학교에 다니는 애들이 있고 그 학교에 자식을 맡긴 부모들도 있다.
그들은 말한다. 삶을 바꾸고 세계관을 바꿨더니 하루하루가 행복해지고 졸업 후에 낙오되기는커녕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에서 인정받으며 살고 있다고. 이런 신기한 얘기를 들려주는 영화를 지난 7일 CGV용산 특별시사회에서 봤다. 강화도에 있는 '꿈틀리인생학교'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괜찮아, 앨리스>다.
덴마크가 세계의 모든 나라 중 행복지수 1위를 계속 놓치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던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는 직접 덴마크로 날아가 '에프터스콜레(Efterskole)'라는 교육제도를 목격한다. 그 나라는 인생이 행복하려면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는 강박을 벗어던지고 청소년 시절에도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해보고 시행착오도 겪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상식인 나라였다.
그들의 삶이 부러웠던 오 대표는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Efterskole)'를 모티브로 삼은 1년짜리 인생설계학교를 강화도에 세웠다. 매년 1억 원씩 적자가 나는 '사업체'지만 거기 와서 새로운 삶을 만난 뒤 비로소 푸른 청춘답게 소리 지르고 깔깔깔 웃으며 자유와 자율을 만끽하는 학생들의 얼굴을 보면 감히 접을 생각을 하지 못한다.
TV 구성작가로 일하며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왔던 양지혜 감독은 어느 날 수학 문제를 풀다가 막히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여학생의 사연을 인트로에 넣었다. 나름 우등생이고 정말 최선을 다 했던 그 학생은 문득 억울해졌다. 가기 싫어 죽을 것 같은데 그래도 학교에 가야 하나. 그런데 학교엔 왜 가기 싫을까? 뭔가 배우는 순간 즉시 시험문제로 변해 평가받기 바쁘기 때문이다. 배우는 게 즐거울 리가 없다. 적응을 잘 못하고 말썽만 피우는 아이를 '문제아'라고 부른다면 학교야말로 '문제학교'다. 모든 교육과정이 문제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강화도에 꿈틀리인생학교가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 거기를 가도 될까. 거기 보내도 될까. 인생 망치는 거 아닐까. 과감하게 토끼굴로 들어갔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용기를 내본다. 그래서 영화 제목이 '괜찮아, 앨리스'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