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한 세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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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제 시골 마을에 등장한 성인용품 판매라니! 하지만 앞서 수잔 서랜든의 <완벽한 가족>에서 엄마가 딸에게 전한 유품이 '바이브레이터'이듯 <정숙한 세일즈> 속 이 '물건'의 함의는 만만치 않다.
극 중 정숙은 얼굴도 이쁘고, 공부도 잘 하고, 마음도 착한 모든 것을 다 갖춘 여성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자신의 능력 대신 성수의 아내라는 자리에 자신을 맞추어 살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 수록 그녀의 삶은 척박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에게 사촌 누나가 들던 요술공주 핑키 빨간 가방이라니 말이다. 게다가 설상가상 그녀가 성인용품을 판다고 난리 피다 싸우고 집을 나간 남편 성수는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 미화와 바람까지 핀다.
그녀가 그토록 애써 가꾸려 했던 'sweet home'이 사상누각이었음을 하루 아침에 절절하게 깨닫는다. 결국 그녀는 남편에게 기대는 대신 그녀 스스로 '호구지책'을 해결하려 나선다. 이렇게 누군가 아내로서의 자리 대신 스스로 독립해 나가야 하는 정숙의 모습은 그녀가 파는 '물건'의 용도와 '통'한다.
그녀가 파는 란제리는 그걸 통해 남편과의 '사랑'을 더 불타오르는 용도이기도 하지만, 오금희가 그 란제리를 입고 남편 앞에서 펼쳐보이듯 스스로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존'을 느끼게 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바이브레이터' 는 단순한 쾌감의 도구를 넘어, 여성 스스로 자신의 성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는 도구, 즉 가장 본능적이지만, 가장 솔직한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게 드라마는 정숙이라는 한 여성이 누군가의 아내라는 자리를 넘어 한 사람으로 스스로 서는 과정을 독특하게도 성인용품이라는 매개를 통해 펼쳐낸다. 또한 정숙의 성장만이 아니라, 그녀가 한 사람으로 우뚝 서나가는 과정에 서영복, 오금희, 이주리와의 연대와 우정이 톡톡하게 한 몫을 한다. 말 그대로 '이대 나온 여자'로 그 시절에 벌써 아이 없는 딩크 족을 지향했지만 시골 마을 금제에서 외톨이가 되었던 오금희는 정숙, 영복을 도우며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삶의 재미와 의미를 느껴간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며 미장원을 하던 주리라고 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