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 꽁시에르즈에서 프랑스 혁명을 상징하는 세리모니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 26일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 꽁시에르즈에서 프랑스 혁명을 상징하는 세리모니가 펼쳐지고 있다. ⓒ AFP/연합뉴스


지난 26일(현지시각) 개막된 2024 파리 올림픽이 본격적인 메달 레이스에 돌입했지만, 시청자들 관심을 끄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9일 시청률 조사기업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화려한 퍼포먼스로 이번 대회의 시작을 알린 개막식 시청률은 지상파 3사를 모두 합쳐 3.0%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한국 선수단의 주 종목 중 하나인 양궁을 비롯해 사격, 유도 등 메달을 획득한 종목 생중계에선 다소 선전을 펼치고 있다. 다만, 각종 인기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결방한 채 지상파 방송국들이 '올인' 중인 상황을 감안하면, 각종 수치, 체감 인기는 이전 대회의 인기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각종 기업체들의 올림픽 관련 마케팅도 이번 대회에선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각종 커뮤니티, SNS에 몇몇 메달리스트들을 향한 관심이 모아졌지만, 이 또한 예전 올림픽 때와 비교하면 미지근한 반응에 가깝다.  

대회 개막 이전부터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일부 전망이 있었는데, 점차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지구촌 대축제'인 올림픽이 이번에는 왜 축제의 열기가 느껴지지 않을까.

구기 종목 본선 진출 실패 여파?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한국 임종훈·신유빈이 인사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한국 임종훈·신유빈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파리 올림픽 개막식은 오전 2~6시에 걸쳐 진행됐다. 앞서 닐슨코리아는 KBS1 1.4%, MBC 1.0%, SBS 0.6% 순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상파 방송3사 합계 시청률 17.2%를 기록했던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 생중계보다 크게 떨어진 수치다. 당시 개막전 시청률은 KBS1 8.4%, SBS 4.8%, MBC 4% 순으로 나타났다. 

시청률 저하의 주원인으로 새벽 시차를 꼽기도 하지만, 과거 2012년 영국 런던과 2016년 브라질 리우 때는 달랐다. 8시간 차이가 났던 '2012 런던 올림픽' 개막식의 합계 시청률은 약 14%에 달했다. 12시간 시차가 있던 브라질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막식 당시 합계 시청률도 20%가량이었다.

일각에서는 인기 구기 종목의 본선 진출 실패가 올림픽 인기몰이의 원동력을 잃어버린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고정 팬층이 두텁고 대중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스타플레이어들이 여럿 포함된 축구를 비롯한 대부분의 구기 종목이 지역 예선 문턱조차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대 최소 경기 700만 관중을 돌파하며 뜨거운 인기를 과시 중인 야구는 올해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됐다. 

이렇다 보니 조별 리그를 시작으로 계단식 인기 상승세를 주도했던 예년의 방식이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한 경기 치를 때마다 기본 2시간 이상 진행되기에 꾸준히 TV 화면을 주시하게 만드는 핵심 경기가 사라진 것이다. 이 역시  이번 올림픽의 관심을 더욱 낮추게 된 요인 중 하나다.

유튜브+OTT... 시청자들의 콘텐츠 이용 방식 변화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요즘 시청자들의 시청 방식과 주변 환경의 변화 역시 올림픽 중계 방송사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난 2021년 거행된 도쿄 올림픽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람들의 각종 외부 활동이 차단돼 자연스럽게 올림픽 중계 화면에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3년이 지난 지금, 과거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외부 활동은 자유로워졌고, 동시에 영상 콘텐츠 선택은 더 넓어졌다. 사람들이 굳이 올림픽 생중계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시간에 제약 없이 휴대폰으로 유튜브 혹은 OTT 프로그램 즐기는 등 선택적으로 콘텐츠 소비하는 경황이 강화됐다. 몇 시간 후면 언제든 '다시 보기' 할 수 있기에 올림픽 TV 생중계를 볼 필요가 줄어든 것이다. 
 
2시간 이상 진행하는 구기 스포츠와 다르게 기록 중심의 개인 종목들은 상대적으로 경기 시간이 짧다. 이는 TV 본 방송을 챙겨보기보다 매 경기 하이라이트 등을 시청하는 것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드라마와 예능 역시 본방송보다 유튜브 등 동영상 서비스의 하이라이트로 보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도쿄 올림픽 당시 온라인 생중계에 나섰던 네이버 역시 이번 중계권 협상에서 생중계 권리 대신에 VOD 권리를 구매해 다시 보기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결국 올림픽의 인기 저하는 미디어의 환경 변화 등 여러 요소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파리 올림픽 뿐 아니라 앞으로의 대규모 스포츠 축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파리 올림픽의 폐막은 오는 8월 11일로 상당 기간이 남아있지만, 미지근한 인기의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덧붙이는 글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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