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에 개봉한 박중훈, 황정민, 김승우, 공효진 주연의 <천군>은 21세기 들어 이순신 장군이 등장한 첫 번째 영화다. <천군>은 후손들이 알고 있는 '성웅' 이순신 장군이 아닌 한창 무과시험에 낙방하며 방황하던 시절의 '청년' 이순신(박중훈 분)이 나와 미래에서 온 남북한 장교들의 훈련을 받고 각성한다는 내용의 영화다. 남북한 군인들이 처음 만났을 때의 '각성 전 이순신'은 그저 조선의 한심한 날건달에 불과했다.
<천군>은 흥미로운 설정에 캐스팅도 제법 화려했지만 전국123만 관객으로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하지만 <천군>의 재미에 대해 비판하는 관객은 있어도 민족의 영웅 이순신을 한심하게 표현했다고 비판한 관객은 거의 없었다. <천군>은 애초에 역사 속 인물이 주인공으로 나오지만 역사적 사실만 나열하는 기록영화가 아닌 감독과 작가의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진 영화였기 때문이다.
문학에서는 실화나 실존인물의 이야기에 픽션을 섞어 재창조하는 행위, 또는 그렇게 탄생한 작품을 '팩션'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팩션 장르에서는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조금 다르더라도 대중들이 크게 문제를 삼지 않는다. 명나라 시절의 유명한 문인 겸 화가 당인을 모티브로 만든 이 홍콩영화도 과장과 각색이 많이 들어간 팩션 장르였다. 1993년에 개봉했던 주성치와 공리 주연의 코믹 멜로(?)영화 <당백호점추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