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대한 부재> 스틸컷
판씨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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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대한 부재>는 케이 치카우라 감독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된 작품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아버지의 치매 발병으로 고향을 자주 방문하게 된 그는 그때부터 '부재'를 키워드로 이야기를 구상하게 됐다고 밝힌다. 당시의 경험이 영화의 영감이 된 것이다. 극 중 치매에 걸린 아버지 토야마와 아들 타카시의 관계다.
흥미로운 것은 일반적으로 드라마 형식으로 풀어져야 했을 서사가 미스터리 장르의 탈을 쓰고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던 부자(父子) 관계와 치매로 인한 기억 상실의 소재, 그리고 한 사람의 실종은 그 뼈대가 된다.
형식적으로도 그렇다. 영화는 타카시가 아버지 토야마의 현실을 좇는 주요 내러티브 사이사이에 과거의 사실을 배치하며 마치 사건의 진실을 따라가는 듯한 구조를 하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던 부자(父子)가 최근 몇 년 사이 만났던 두 번의 사건은 중요하다(아들이 아버지의 집을 방문했던 때의 기억과 아들 내외를 만나고 추모식에 참석하던 때의 기억이다). 극중 인물인 타카시에게는 현재와 과거의 사건을 잇는 장면이자, 관객에게는 내러티브의 공백을 채워주는 자리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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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이 영화의 장르적 서스펜스는 특정 장면에서 발생한 내러티브의 공백을 다른 장면으로부터 채워야 하는 식으로 확보된다. 대표적으로 현재 시점에서 치매에 걸린 토야마가 하는 말의 진위 여부와 나오미의 행방, 그리고 중·후반부에서 몇 차례 등장하는 오가타 토모코씨의 존재에 관한 것이다. 모든 의문은 극의 진행에 따라 후반부에서 모두 해소된다. 하지만 문제가 제시되는 장면으로부터 극의 여백을 안고 나아가야 하는 관객에게는 일종의 불안처럼 느껴지며 극의 톤이 전달된다.
타카시가 아버지를 처음 면회하던 장면을 떠올려보자. 치매로 인해 이미 기억의 혼란을 겪는 토야마는 아들에게 자신이 납치당한 것이고, 바이러스를 연구 중인 박사라고 마치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설명한다. 심지어 사라진 아내 나오미에 대해서는 집을 드나들던 전기 기사들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자살했다는 잘못된 사실마저 전달한다. (극의 순서로는 이 말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조금 더 나중에 알 수 있게 된다.) 중요한 것은 그런 기억 앞에서조차 남자로서, 남편으로서 그를 혼자 남겨두고 떠나온 일이 괴롭다며 눈물을 흘린다는 사실이다.
같은 장면에서는 토야마의 제자인 스즈모토 교수가 어린 시절의 타가시를 만나 힘껏 들어 올렸던 아버지의 기억 역시 함께 회고된다. 당시 그가 콧물을 흘렸던 일도 함께다. 이 기억은 이후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에서 진실임이 밝혀지는데, 그로 인해 첫 면회 장면의 대화는 모두 진실도 거짓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완전한 거짓과 진실한 감정 사이에 존재하는 것은 무엇일까? 진실과 거짓 사이의 줄다리기는 이 작품이 마지막까지 놓지 않는 중요한 장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