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이다. 역사가 진보하리라는 믿음이 판판이 깨어지고 있다. 인간을 오늘의 인간이게 한 것이 무엇인가. 어제의 과오를 개선하고 학습하여 다시는 전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 절망의 언덕에서 희망을 구하는 법이 그와 얼마 떨어져 있지 않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8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서울시향 비상임이사로 위촉했다는 소식이다. 조윤선이 누구인가. 박근혜 정권 당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 리스트를 작성해 지원에서 배제토록 하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의 주동자가 아닌가. 이로 인하여 법원은 조 전 장관에게 징역 1년2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청와대가 보수단체를 가려 지원한 '화이트리스트' 사건에 대해서도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며 특별사면으로 복권되기도 했다.
정권 입맛에 맞으면 지원을 하고 눈 밖에 나면 숨줄을 끊는 저열한 시대를 한국사회가 지나왔다. 그저 지원에서 배제한 것만이 아니지 않은가. 명단에 오른 이를 기용한 작품은 투자에 어려움을 겪었고, 영화와 연극, 소설을 포함한 각종 예술작품이 제작되지 못했다. 그로부터 진보적 활동을 이어온 예술가 개개인의 활동에 제약이 걸렸다. 개인사 또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