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의 상징이었던 옛 극장이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 대한극장이 지난 9월, 66년간의 영업을 마치고 극장으로서의 역할을 끝낸 건 또 한 번의 익숙해지지 않는 이별이었다. 이제 그처럼 역사 깊은 극장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오랜 추억이 뭉텅이로 소실되는 허함을 어떻게든 견딜 일만 남았다.
공간은 사람에게 직접적인 인상을 남긴다. 추억이 그대로 새겨진 장소에 서는 것만으로도 지난 시간과 감상들이 스치듯 떠오른다. 공간의 소실은 그래서 기억의 소실이기도 하다. 기억이란 그저 활자로 쭉 적어내릴 수 있는 이성의 영역만은 아닌 탓이다. 냄새와 분위기, 인상과 공간감 같은 것을 그를 매개해 소환하는 장소의 소실 뒤에도 꼭 같이 기억할 수 있다 믿는 것은 오만함이 아닌가.
대한극장이 문을 닫기 전에도 여러 극장이 거듭 영업을 종료하였다. 대한극장과 자매극장이라 해도 좋을 서울극장도 그중 하나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1년 8월, 서울극장은 끝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을 선언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개봉영화 상당수 시사회가 이곳에서 열렸을 만큼 상징적 극장이었던 과거가 무색한 이별이었다. 폐관 직전 한 달 간의 무료상영회가 이곳의 끝을 그나마 낭만적으로 장식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