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장면 갈무리
KBS
- 노인 빈곤 문제는 어떻게 취재하게 됐어요?
"저는 경제 중에서도 거시경제 같은 분야를 오래 다룬 기자입니다. 세상과 경제를 구조로 보는 데 익숙한 사람이에요. 기획재정부, 통계청 쪽 출입을 하다 보면 항상 외국에서 나오는 한국에 대한 경제 평가 보고서 같은 걸 많이 읽게 되거든요. 일하며 OECD에서 한국과 관련된 결과가 나왔을 때는 충격을 받았는데,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사실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되게 발전된 나라, 성공한 나라로 보고 있어요. 동시에 우리나라의 되게 어두운 점이 있는데 두 가지예요. 하나는 청년이 취직을 못 하거나 미룬다는 거예요. 좋은 직장에 들어가지 못하면 영원히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에 갇혀서 좋은 삶을 살 수 없기 때문에 준비를 많이 하고 준비를 하느라 취직을 안 하니 청년 실업률이 높았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노인이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난하다는 거예요. 저는 일반적으로 빈부 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는데 일반적인 수준의 가난으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대한민국의 노인은 너무 가난해요. 수치가 그걸 증명합니다. 우리나라의 구조적인 문제가 단지 노동 시장에만 있는 게 아니고 노인들이 굉장히 가난하죠. 역사적으로 이렇게 성공한 나라에서 우리가 노인들을 복지의 수혜자로만 보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고 그 뒤로 노인 빈곤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커졌어요. 그렇게 단순히 노인이 어쩌다 보니 가난해진 게 아니고 대한민국이 구조적으로 노인을 가난하게 만들고 있다는 게 제 개인적인 결론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취재해야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습니다."
- 빈곤의 기준은 뭘까요?
"프로그램에서 말하는 빈곤은 상대적 빈곤입니다. 먼저 우리사회 전반적인 소득 수준은 통계적으로 중위 소득을 기준으로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을 제일 돈 많은 사람부터 제일 돈 없는 사람까지 한 줄로 쭉 세웠을 때, 딱 가운데 있는 사람 50등 정도가 중위 소득에 해당합니다. 중위 소득을 버는 사람의 소득 수준이 있잖아요. 중위 소득에 해당하는 금액이 150만 원이라면, 50%는 75만 원이잖아요. 그런데 이 75만 원도 벌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결국 전체 인구 중 소득이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계층의 인구 비율이 상대적 빈곤율인데, 저희는 이를 빈곤의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 몇 년 전 <시사기획 창>에서 폐지 줍는 노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도 했잖아요.
"맞아요. 그래서 같은 종류의 프로그램을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노인 빈곤의 구조를 말하고 싶었는데, 여기에서 폐지 줍는 노인을 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가난한 노인들이 가장 손쉽게 하는 돈벌이가 폐지 줍는 일이기 때문이에요. 이분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하다 휴대전화 이동 데이터를 사용해서 빅데이터 분석을 했습니다. 그 결과 가난한 노인들이 구조적으로 그리고 일상적으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이 차별화됐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큐를 본 시청자들이 인상 깊게 봤다고 한 부분이 다단계에 빠진 어르신들인데요. 사실 처음에는 강남 한복판에 가난한 노인들이 낮에 단체로 다니는 곳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 동네는 무료 급식소가 별로 없거든요. 취재진이 현장에 가서 살펴보니 노인을 상대로 한 다단계 사업이 엄청 많은 거예요. 지역 주민들도 다 알고 있고, 언론 보도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단지 다단계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가난한 노인이 이곳에 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을 테니까요. 가난한 노인들이 가난하기 때문에 돈 벌어보려고 다단계 유혹에 빠진다는 걸 쉽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 점을 짚을 수 있어서 뿌듯했습니다."
테헤란로에 모이는 노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