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정 감독의 <신세계>는 정청(황정민 분)이 그 유명한 엘리베이터 장면을 만들며 세상을 떠나고 이자성(이정재 분)이 골드문을 접수하는 결말로 막을 내린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박훈정 감독은 6년 전 정청과 이자성의 지역 건달 시절을 보여주는 에필로그 장면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눈치 빠른 관객들은 정청과 이자성의 과거 이야기가 담긴 '프리퀄'이 속편으로 제작될 거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1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신세계>의 프리퀄은 제작되지 않았고 주요 배우들이 50~60대가 되면서 사실상 같은 배우가 연기하는 프리퀄 제작은 쉽지 않아졌다. 하지만 프리퀄 영화에서 항상 같은 배우를 캐스팅하라는 법은 없다. 14년 만에 제작돼 오랜 시간 기다린 관객들을 열광시켰던 <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 >도 배우들 대부분이 교체된 대표적인 프리퀄 시리즈다.

주인공 교체로 제작

 콰이곤과 오비완, 다스 몰의 2:1 광선검 대결은 <보이지 않는 위험>의 대표적인 명장면이다.
콰이곤과 오비완, 다스 몰의 2:1 광선검 대결은 <보이지 않는 위험>의 대표적인 명장면이다.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관객들은 속편을 기대하지만 때로는 주인공의 이전 이야기를 궁금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앞으로만 흐르는 시간 속에서 과거의 이야기를 다루기는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나이 든 모습의 배우가 젊은 시절의 캐릭터를 억지로 연기하면 관객들에게 이질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엔 아예 주인공을 교체해 프리퀄 영화를 제작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2006년 오리지널 3부작을 끝낸 <엑스맨>은 차고 넘치는 캐릭터와 무궁무진한 소재를 활용하기 위해 2011년 프리퀄의 일종인 비기닝 시리즈를 제작해 개봉했다. 물론 울버린(휴 잭맨 분)처럼 오리지널 시리즈의 배우가 그대로 출연한 경우도 있지만 프로페서 X를 패트릭 스튜어트에서 제임스 매커보이로, 매그니토를 이안 맥켈런에서 마이클 패스벤더로 교체하는 등 주요 배역을 젊은 배우들로 대거 바꿨다.

2003년에 개봉했던 < 무간도2:혼돈의 시대 >는 전편의 주인공이었던 유건명(유독화 분)과 진영인(양조위 분)의 청년 시절을 다룬 작품이다. 당연히 배우도 유건명 역에 진관희와 진영인 역에 여문락으로 교체됐다. < 무간도2:혼돈의 시대 >는 2만 9000명의 관객에 그치며 국내 흥행은 실패했지만 황지성 반장 역의 황추생과 한침 역의 증지위가 열연을 펼치면서 영화 팬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오는 연말 개봉 예정인 <라이온 킹> 실사 영화의 속편 <무파사: 라이온 킹>은 심바의 아버지와 삼촌인 무파사와 스카의 젊은 시절을 다룬 작품이다. 전작인 <라이온 킹> 실사영화 역시 CG로 캐릭터를 만들어낸 만큼 CG로 무파사의 젊은 시절을 구현하는 것은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관건은 역시 <무파사:라이온 킹>이 16억 달러가 넘었던 전작의 흥행 성적에 가까이 갈 수 있을지 여부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한국 영화 중에서는 2022년에 개봉했던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중 2편인 <한산: 용의 출현>이 대표적인 프리퀄 영화다. 김한민 감독과 <극락도 살인사건>, <최종병기 활>을 함께 했던 박해일이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한산>은 726만 관객으로 <명량>의 1761만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전작에서 지적됐던 과도한 신파와 낭비된 등장인물 같은 단점들을 많이 줄였다는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22년 만에 연출가로 돌아온 루카스 감독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은 국내에서도 서울관객 74만을 동원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은 국내에서도 서울관객 74만을 동원했다.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스타워즈>는 1977년부터 1983년까지 오리지널 3부작이 끝난 후에도 팬들 사이에서 꾸준히 속편 루머가 돌았다. 실제로 '스타워즈의 아버지' 조지 루카스 감독은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 이후 어떤 영화도 연출하지 않았고 관객들은 그가 <스타워즈>의 새 이야기를 구상 중이라고 추측했다. 그리고 루카스 감독은 1999년 <스타워즈>의 새 시리즈를 선보였고 관객들은 예상이 적중했다며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루카스 감독은 많은 관객들이 예상했던 <스타워즈>의 다음 이야기가 아닌 최고의 악당 다스 베이더의 어린 시절을 다룬 프리퀄을 들고나왔다. <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 >은 아나킨 스카이워커로 불리던 소년 시절의 다스 베이더가 나부 전투에서 다스 몰(레이 파크 분)에 살해당한 콰이콘 진(리암 니슨 분)의 유언에 따라 제다이의 길을 걷게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보이지 않는 위험>은 리암 니슨과 이완 맥그리거, 나탈리 포트만 같은 스타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실질적인 주인공은 10살도 채 되지 않은 어린 소년 제이크 로이드가 맡았다. 개봉 당시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루카스 감독은 흥미로운 연출과 낭만 가득한 스토리로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특히 콰이곤과 오비완,다스 몰의 2대1 광선검 대결과 아나킨의 포드 레이싱은 <보이지 않는 위험>을 대표하는 명장면이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세 편에 걸쳐 공개된 <스타워즈> 프리퀄 3부작은 루카스 감독이 세 작품을 모두 연출했음에도 엄청난 걸작으로 평가받은 오리지널 3부작과 비교되며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다만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개봉한 세 편의 시퀄 시리즈가 엄청난 흥행 성적과 달리 많은 비판을 받으면서 프리퀄 3부작과 <보이지 않는 위험>에 대해 재평가하는 관객들이 늘어났다.

<보이지 않는 위험>은 2012년 3D 재개봉 성적을 포함해 10억 46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보이지 않는 위험>은 오리지널 3부작과 프리퀄 3부작을 합쳐 유일하게 세계 흥행 10억 달러를 넘겼다. 다만 <스타워즈> 시리즈는 북미에서의 엄청난 인기와 달리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지 않다. 특히 2019년에 개봉한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전국 50만 관객에 그친 바 있다.

용감하고 정의로운 나부의 여왕

 <스타워즈> 프리퀄 3부작은 나탈리 포트만이 소녀 배우 이미지를 벗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스타워즈> 프리퀄 3부작은 나탈리 포트만이 소녀 배우 이미지를 벗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사실 리암 니슨이 연기한 콰이곤 진은 <보이지 않는 위험>에 등장하지만 다스 몰에게 살해당하면서 시리즈에서 일찍 퇴장한다. 하지만 오비완 케노비의 스승이자 제다이가 될 수 있는 아나킨의 재능을 가장 먼저 발견한 콰이곤은 뛰어난 리더십과 좋은 인성으로 제자들의 모범이 됐다. 콰이곤이 살아있었다면 아나킨이 다스 베이더로 흑화하지 않았을 거라며 아쉬워하는 <스타워즈>의 팬들도 적지 않다.

대니 보일 감독의 <트레인스포팅>을 통해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영국 출신 배우 이완 맥그리거는 오비완 케노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오비완은 프리퀄 3부작에선 아나킨 스카이워커, 오리지널 3부작에서는 그의 아들 루크 스카이워커를 가르친 '스승전문 캐릭터'다. 오비완은 반듯한 성격과 정의로운 인품, 뛰어난 검술 실력을 겸비하고 있는 '제다이의 정석'과도 같은 인물이다.

뤽 베송 감독의 <레옹>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나탈리 포트만은 1995년 <히트>, 1996년 <화성침공>에 출연했다가 하버드 대학에 입학한 1999년 <보이지 않는 위험>에서 파드메 아미달라 여왕을 연기했다. 언제나 살해 위협을 받는 아미달라 여왕은 시녀인 사베와 신분을 바꿔 행동할 때가 많은데 아미달라 여왕과 신분을 바꾸는 시녀 역의 배우는 '무려' 신인 시절의 키이라 나이틀리다.
그시절우리가좋아했던영화 스타워즈1보이지않는위험 조지루카스감독 리암니슨 나탈리포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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