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아버지의 세 딸들>의 한 장면.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아버지의 세 딸들>의 내용은 명료하다. 제목에서 보듯 아버지의 세 딸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이 임종을 얼마 안 둔 아버지 곁에 모여 '지지고 볶는' 이야기다. 가족 영화의 흔한 레퍼토리 중 하나로 대체로 각본이나 연출보다 연기에 힘을 쏟는 편이다. 영화 속 세 딸들의 출중한 연기가 빛을 발한다. 장소는 대부분 집으로 한정되어 있기에 이들의 연기가 더 부각된다.
주로 케이티가 레이첼에게 하는 말에서 이들 관계의 핵심 요소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레이첼이 집주인이 된다는 점, 그런데 케이티가 보기에 집은 레이첼보다는 그와 크리스티나의 집이었다는 것 등이 갈등 요소로 작용한다. 레이첼과 아버지, 케이티, 크리스티나는 피가 섞이지 않은 관계였다. 그렇게 케이티를 필두로 레이첼과 구분 지으려는 모습도 있다.
레이첼에게 불만이 있는 케이티의 마음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대마초를 피고 스포츠 도박으로 먹고사는 레이첼의 겉모습만으로 그녀를 판단하는 건 부적절해 보인다. 레이첼이 지금까지 아버지를 챙긴 이유가 단지 집을 차지하려는 속셈이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그렇다.
그 어떤 관계든 영원한 건 없다. 적절히 선을 지키면 문제없을 거라는 건 안일한 생각이다. 사람이 변하기 마련인데 어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변하지 않겠는가. 다만 어느 관계든 서로 속마음을 솔직히 털어놓는 시간이 필요하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두고 수박 겉핥기처럼 빙빙 돌리는 대화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세 딸들은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한데 모여 지낼 시간을 얻었다. 빙빙 돌리며 투덜대는 말싸움만 이어졌지만, 머지않아 감정을 폭발시키며 진짜 이야기를 나눈다.
크리스티나가 일전에 아버지한테 들었다며 죽음에 대해 언급한 말은 울림이 있다. 크리스티나에 따르면, 아버지는 "누군가의 죽음이 어떤 느낌인지 진정으로 전달하는 건 누군가의 부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흔히 관계도 관계의 부재를 통해 그 진정을 깨닫는다고 한다. 하지만 생전에 상대가 뭘 하고,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사랑하는지 관심을 둔다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