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현실을 바꾸기 위한 에반의 노력은 '나비효과'로 인해 또 다른 불행으로 이어진다.
(주)쇼박스
영화 <나비효과>는 시나리오 작가 출신의 에릭 브레스 감독과 J.마키에 그루버 감독이 공동 연출했고 떠오르는 스타 애쉬튼 커쳐가 주연과 제작을 맡은 작품이다. 1300만 달러라는 많지 않은 제작비가 말해주듯 크게 주목 받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나비효과>는 세계적으로 9600만 달러의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극장가에 작은 이변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도 입소문을 타며 123만 관객을 모았다.
영화 어린 시절부터 단기 기억상실증에 시달리던 에반(애쉬튼 커쳐 분)이 7살 때부터 쓰던 일기를 통해 시공간을 이동해 미래를 바꾸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미래를 바꾸기 위한 에반의 노력은 '나비효과'로 인해 조금씩 어긋나고 주변 또는 자신에게 불행한 일을 초래한다. 에반은 현재의 불행한 일을 바꾸기 위해 또 다른 '나비효과'가 발생하는 줄도 모르고 시간 여행을 반복한다.
영화는 무려 4가지의 '멀티엔딩'이 등장하는 영화로 유명하다. 에반이 사랑하는 케일리(에이미 스마트 분)와의 인연을 끊는 극장판 엔딩과 두 사람이 스쳐 지나가거나 다시 만나 이어지는 2가지 버전의 DVD 엔딩도 있다. 그리고 에반이 어머니의 출산 직전으로 돌아가 자신의 목에 탯줄을 감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에반을 제외한 모두가 행복해지는 '감독판 엔딩'도 있다.
영화에서는 종종 평론가들과 관객들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나비효과>가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실제로 미국의 영화평론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는 신선도 34%라는 낮은 점수를 줬다. 하지만 같은 사이트에서 관객 점수는 81%에 달했고 국내 한 포털사이트에서도 7620명의 많은 네티즌들에게 9.22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1편으로 제작비의 7배가 넘는 흥행 수익을 올린 <나비효과>는 2006년에 개봉한 속편에서 감독과 주요 배우들이 모두 교체됐고 96만 달러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쳤다. 영화는 2009년 3편까지 제작됐지만 흥행 성적은 70만 달러로 더 떨어졌다. 1편의 흥행을 통해 '작은 영화의 기적'을 만들며 아름답게 마무리했다면 좋았을 영화는 2, 3편의 무리한 제작 때문에 '실패한 시리즈'가 되고 말았다.
데미 무어의 (15살 어린) 전 남편이자 <블랙스완>, <19곰 테드> 등에 출연했던 밀라 쿠니스의 현 남편이기도 한 애쉬튼 커쳐는 <나비효과>에서 과거의 기록물을 통해 시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에반을 연기했다. 이야기를 이끄는 주인공이지만 연기파 배우와 거리가 있는 애쉬튼 커쳐는 해당 작품에서도 썩 매끄럽지 못한 연기를 보여주면서 관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모델과 가수, 배우를 겸하는 에이미 스마트가 연기한 케일리는 주인공 에반이 사랑하는 <나비효과>의 히로인이지만 영화 내용이 내용인 만큼 상당히 거친 삶을 산다. 어린 시절 소아성애자인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은 케일리는 성인이 된 후 마약에 찌든 매춘부가 되기도 한다. 심지어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인생도 있는데 결국 케일리는 에반의 희생으로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진주만>, <매그니피센트7> 등에 출연했던 윌리엄 리 스코트가 연기했던 케일리의 오빠 토미 역시 동생 만큼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아버지의 학대로 인해 성격이 꼬여 쓰레기 같은 인생을 살기도 하고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개과천선해 에반의 목숨을 살려주기도 한다.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하지 않을 때 건실한 청년으로 자라는 것을 보면 토미는 어린 시절 가정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캐릭터였다.
관객들이 외면한 속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