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3월 박찬욱 감독은 정서경 작가, 임필성 감독, 류성희 미술감독과 함께 JTBC 영화 토크쇼 <방구석 1열>에 출연했다. 당시 박찬욱 감독의 절친한 후배인 임필성 감독은 박찬욱 감독이 <3인조>의 흥행이 실패했던 1990년대 후반 동료 영화인들과 밤새 술을 마시면서 한국 영화계에 대한 불만을 쏟아낸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당시 박찬욱 감독은 죽기 전에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냐는 임필성 감독의 질문에 '뱀파이어가 된 신부'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당연히 동료들은 박찬욱 감독의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저 선배가 아직 정신 못 차렸네'라고 생각하며 웃어 넘겼다고 한다(그리고 당시 같은 자리에 있던 봉준호 감독은 '나는 한강 다리에서 괴물이 나오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했다가 동료들의 핀잔을 들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고 세기 말 박찬욱 감독이 했던 상상은 현실이 됐다. 뱀파이어가 된 신부의 이야기가 2009년 4월 전국 극장을 통해 개봉한 것이다. 그리고 그 작품은 같은 해 칸 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진출해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복수 3부작'을 끝내고 주춤했다고 평가 받던 박찬욱 감독을 다시금 세계적인 감독으로 끌어 올려준 송강호, 김옥빈 주연의 영화 <박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