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마운틴 퀸>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마운틴 퀸> 포스터. ⓒ 넷플릭스


여기 한 중년 여성이 있다. 그녀는 네팔 출신으로 미국 코네티컷주 웨스트하트퍼드에서 두 딸과 함께 산다. 그 위로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도 뒀다. 홀푸드 마켓에서 설거지를 하며 먹고 사는데, 사실 그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산악인이다. 이미 9번이나 세계 최고 높이의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올랐으니 여성으로선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세계 기록을 자체 경신해 왔다.

그리고 2022년 6월 12일, 이미 에베레스트 등반 여성 세계 기록을 보유 중인 '락파 셰르파'가 10번째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며 자체 기록을 경신했다. 스폰서가 없었기에 크라우드 펀딩으로 등반 자금을 조달해야 했다. 기록 경신도 경신이지만 이번에 성공해야 다음에 또 오를 기회가 있기에 성공해야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마운틴 퀸: 락파 셰르파>가 그녀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녀는 어떻게 에베레스트를 오르기 시작했으며, 언제부터 미국에 살았는지. 그녀는 왜 서로 피가 섞이지 않은 큰 아들과 두 딸의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지. 그녀는 왜 여전히 홀푸드 마켓에서 일하고 있는지 등을 말이다.

네팔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오르기까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마운틴 퀸>의 한 장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마운틴 퀸>의 한 장면. ⓒ 넷플릭스


락파 셰르파는 네팔 랴크 카르카의 세르송에서 태어났다. 크고 억셌고 힘이 셌다. 여자라서 학교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래도 자유분방하고 하고 싶은 게 많았으며 능력도 출중했다. 1980~90년대 그녀가 살던 마을에 서양 관광객들이 오기 시작했는데 마을의 남자 장정들이 여지없이 짐꾼으로 일을 해 돈을 벌었다. 그런 와중에 그녀는 남자처럼 꾸며 짐꾼이 되었다.

결혼을 하진 않았지만 사랑했던 사람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아 키웠다. 임금을 받지 않지만 아이 먹을 걸 주는 청소 일을 하며 살았다. 살아도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러던 중 파상 라무의 이야기를 들었다. 네팔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오른 영웅 말이다. 락파는 산을, 에베레스트산을 오르기로 결심한다. 우선 돈을 모아야 했기에 달리기 대회에서 우승한 상금으로 찻집을 열었다.

그리고 그 찻집은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찻집을 찾는 손님들에게 에베레스트에 오를 거라고 소문을 냈고, 그 소문을 들은 귀인이 총리를 소개해줬다. 그리고 총리는 여성만으로 이루어진 에베레스트 원정대를 꾸렸다. 그때가 2000년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락파는 5월 18일 등정에 성공한다. 네팔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 및 생존에 성공한 것이다. 파상 라무는 하산 길에 죽었다.

이후 루마니아계 미국인 조지 디지머레스쿠를 만났다. 그는 비록 성격은 포악했지만 완벽한 산악인으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둘은 2001년 함께 에베레스트를 올랐고, 이후 락파는 조지가 사는 미국 코네티컷으로 갔다. 그곳에서 서니가 태어났고 둘은 결혼했다. 2003년 그들은 다시 함께 산에 올랐다. 세 번째로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데 성공했지만 조지의 불화 같은 성격을 락파는 참을 수 없게 됐다. 그녀의 삶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10년 만에 에베레스트에 다시 오르기까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마운틴 퀸>의 한 장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마운틴 퀸>의 한 장면. ⓒ 넷플릭스


락파와 조지는 이후에도 2004년에 함께 에베레스트를 오르지만, 조지가 락파를 폭행해 기절시키는 사건이 일어난다. 하지만 오히려 조지가 적반하장으로 굴었고 락파에게 아이를 못 볼 줄 알라고 협박한다. 락파로선 조지를 당장 떠나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을 키울 능력이 안 되었기에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또 함께 2005년, 2006년 에베레스트에 올랐다.

하지만 조지는 락파를 아내가 아닌 셰르파일 뿐이라고 속였고 조지와 락파 사이의 폭행 사건을 폭로하며 그녀를 산에 오르지 못하게 했다. 락파는 이후 10년 동안 산에 오르지 못했다. 그 사이에 샤이니가 태어났고 조지와 헤어졌다. 그리고 2016년에 동생의 제안으로 다시 에베레스트에 오를 수 있었다.

락파 셰르파는 작품의 제목처럼 '산의 여왕'이라는 호칭이 어울린다. 진실로 산을 사랑한다. 산에 오르는 행위를 정복으로 여기지 않고 산이 허락해야만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겸손한 마음이지만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산을 이기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이기고 나아가 네팔의 여성들을 위해 오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가 파란만장한 개인사를 극복하고 위대한 역사를 써내려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위대한 역사를 써내려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녀를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마운틴퀸 락파셰르파 에베레스트산 여성최초 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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