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이유가 있다. 그것이 개인의 과거에서 비롯된 트라우마일 수도 있고, 반드시 성취해야 하는 과업이나 책임감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떤 이들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또 다른 이들은 그저 자신을 위한 성취감을 위해 목표를 세우고 그 길을 걸어간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구원과 회복을 찾으며, 때로는 나 자신을 위해, 때로는 더 큰 목적을 위해 나아간다. 목표가 모든 사람을 구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그것은 나 자신을 구원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목표가 더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한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예를 들어 환경이나 자연재해를 연구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사람들은 자신을 넘어 더 큰 대의를 위해 일하고 있다. 그들의 목표는 단지 개인의 성공이나 성취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의 삶을 구하는 일이다. 때로는 돈이 되지 않는, 보상받지 못하는 일일 수도 있지만, 그들이 집중하는 목표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고귀하다.

영화 <트위스터스>는 이런 목표를 가진 주인공 케이트(데이지 에드가 존스)의 이야기를 다룬다. 케이트는 토네이도를 연구하며 그것을 없애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 노력한다. 그녀는 평범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 내면에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바로 토네이도가 언제 발생하고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예측하는 직감이다. 영화는 이 특별한 능력을 지닌 그녀가 토네이도를 연구하며 그 피해를 줄이려는 과정을 따라간다. 케이트의 목표는 단순한 연구 이상의 의미가 있는데, 토네이도에 대한 그녀의 집념이 재난의 극복이라는 희망이라는 의미가 더해진다.

[첫 번째 감정] 케이트의 상실감

 영화 <트위스터스> 장면

영화 <트위스터스>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이미 이야기한 것처럼, 케이트가 목표에 집착하는 건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그녀는 과거에 토네이도 연구를 함께하던 세 명의 친구를 잃었다. 그들은 토네이도에 맞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힘을 억제하려고 화합 물질을 투입하면서 실험적인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다. 이 사건은 케이트에게 큰 트라우마를 남겼고, 그녀는 더 이상 현장에 나서지 않고 기상청 사무실에서 날씨만을 바라보는 존재가 되었다. 그녀의 목표는 단지 이론적인 성과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이상 잃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 상실감은 너무나 깊어서, 그녀는 더 이상 전처럼 용기를 내기 어려웠다.

영화의 전반부에서 우리는 이러한 케이트의 모습을 본다. 그녀는 토네이도를 막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두고 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상실감은 그녀의 의욕을 완전히 잠식했다.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사무실에 출근하지만, 누군가 토네이도에 대한 예측을 물어올 때면 눈빛이 살아난다. 그녀는 토네이도에 대한 연구를 사랑했고,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아내고 싶어 했다. 그녀는 그 목표를 아직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친구 하비(안소니 라모스)가 찾아와 다시 연구를 시작하자고 설득하기 전까지, 케이트는 자신이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조차 잊고 있었다. 하비의 설득은 단순한 제안이 아니라, 케이트의 마음속 뚜껑을 서서히 열어 그녀가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도록 만든다. 다시 토네이도 연구에 뛰어들면서 케이트는 자신의 진짜 목적을 깨닫게 된다. 그녀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토네이도에 희생당할 사람들을 최대한 막고자 함이다. 자신이 자라온 지역에 매년 출몰하는 토네이도들은 그녀에게 삶의 목적을 주었고, 하비의 설득은 그녀가 잊었던 목적을 다시 상기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그 모든 상실감을 이끌고 다시 일주일 동안 하비와 토네이도를 쫓는다.

[두 번째 감정] 타일러의 자신감

 영화 <트위스터스> 장면

영화 <트위스터스>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속 또 다른 인물인 타일러(글렌 파월)는 겉으로 보기엔 그저 그런 유튜버로 보인다. 그는 토네이도 속에 차를 고정시키고 폭죽을 터뜨리는 등의 기행을 일삼으며, 조회수를 얻기 위해 도발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타일러의 진정한 목적은 단순한 관심 끌기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벌어들인 수익을 토네이도 피해자들을 위해 기부하고 있었다. 타일러는 밝고 장난스러운 모습을 보이지만, 사실 그는 토네이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 두려움을 억누르기 위해 일부러 무모한 행동을 하며, 그것을 통해 자신감을 유지하려 한다.

영화 중반 타일러는 케이트에게 두렵기 때문에 계속 도전한다고 이야기한다. 마치 두렵지만 소와 맞서는 카우보이들처럼 그는 토네이도를 쫓으며 자신이 가진 두려움을 극복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상실감을 가진 케이트와 통하는 구석이 있다. 타일러는 자신이 가진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계속 토네이도에 맞서고, 케이트는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해 토네이도를 쫓는다.

타일러의 과거는 극 중에서 명확히 드러나지 않지만, 그가 토네이도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진실하다. 그는 단순히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었다. 타일러는 케이트를 만나면서 그녀가 가지고 있는 구원자로서의 자질을 끌어내고, 두 사람은 함께 토네이도 연구에 뛰어들게 된다. 타일러는 케이트에게 그녀의 목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상기시키며, 그녀가 다시 연구를 시작하도록 돕는다. 그는 토네이도를 두려워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과학적으로 해결하고 싶어 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타일러와 케이트의 만남은 두 사람이 가진 부정적인 감정을 상쇄시키며,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용기를 만들어준다.

[세 번째 감정] 케이트와 타일러, 하비의 따뜻함

 영화 <트위스터스> 장면

영화 <트위스터스>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속 인물들은 단지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토네이도를 쫓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토네이도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것을 연구하여 더 이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이들의 목표는 단지 개인의 성취를 넘어서,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다. 그들이 보여주는 따뜻함은 단순히 재난을 연구하는 과학자의 역할을 넘어선다. 그들은 토네이도를 직접 마주하며,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

영화 중반에 이들의 따뜻함은 점점 더 드러난다. 피해 지역을 돕는 그들의 활동은 단순한 과학적 연구를 넘어선다. 특히 마지막 재난이 닥쳐온 작은 마을을 돕는 과정에서 그들은 단지 연구자나 과학자가 아니라, 그 지역사회의 구원자 역할을 한다. 이는 영화에서 가장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따뜻한 장면이기도 하다. 그들의 따뜻함과 진정성은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고 실험하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에 있다.

케이트는 결국 자신을 희생하여 토네이도 안으로 뛰어든다. 그녀의 목표는 단순한 연구 성과를 넘어서,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에 있었다. 그 장면은 그녀의 과거 상처와 그 상처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결합한 순간이었다. 케이트는 마지막 순간에 그녀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목표가 단지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정이삭 감독의 연출 스타일과 영화의 장점

영화 <트위스터스>는 정이삭 감독의 연출 아래, 재난 영화라는 장르를 따뜻하고 감성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정이삭 감독은 이전에 <미나리>를 통해 가족의 이야기와 그 속에서의 희망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트위스터스>에서도 그는 재난 속에서도 빛나는 인간의 따뜻함과 희생을 강조하며, 단순한 스릴러 이상의 감동을 선사한다. 정이삭 감독은 자연재해라는 거대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 안에서 빛나는 작은 인간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는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흥행에 성공했으며, 평단으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영화는 단순히 재난 영화로서의 시각적 효과뿐만 아니라, 인간의 내면과 목표를 깊이 탐구하며 큰 감동을 주었다.

영화 속 배우들 역시 인상적이다. 주연을 맡은 배우들은 각자의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들며, 토네이도라는 거대한 위협 속에서도 인간적인 감정과 진정성을 전달했다. 케이트 역의 데이지 에드가 존스는 내면의 상처와 강한 의지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타일러를 연기한 글렌 파월과 하비를 연기한 안소니 라모스 또한 각자의 개성과 감정을 잘 살려내며, 캐릭터 간의 유기적인 연결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단순한 연구자가 아니라, 그 목표를 통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구원하려는 진정한 영웅들로 그려졌다.

<트위스터스>는 시각적으로 굉장히 강렬한 재난 영화다. 영화 속에서 토네이도의 거대한 힘과 파괴적인 위력은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특히나 최신 CG 기술을 활용해 토네이도를 보다 정교하게 묘사한 점이 이 영화의 핵심 중 하나다.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는 토네이도의 형태와 움직임을 더욱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고, 이러한 정보는 영화 제작 과정에서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트위스터스>의 CG는 토네이도의 모든 디테일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토네이도가 형성되는 순간부터 그 속에서 날아다니는 잔해들, 지표면에서의 바람의 움직임까지도 매우 실감 나게 묘사되었다. 특히 거대한 토네이도가 도시와 자연을 휩쓸며 파괴하는 장면에서는 그 규모와 파괴력이 관객에게 생생하게 전달된다. 이러한 CG 효과는 관객에게 단순한 시청 경험을 넘어선 몰입감을 제공하며, 마치 토네이도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게 만든다.

특히 이 영화는 4DX 상영관에서 감상했을 때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4DX로 영화를 보면 토네이도의 강력한 바람과 폭풍우가 고스란히 체감된다. 좌석이 토네이도의 회오리바람과 함께 흔들리고, 물이 뿌려지는 등의 효과는 관객이 마치 영화 속 토네이도 안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바람이 휘몰아치고 소나기가 쏟아지는 순간, 그리고 무거운 물체들이 날아다니는 순간까지도 관객은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이는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재난의 긴박함과 위협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해 주며, CG로 그려진 토네이도의 현실감과 결합해 강렬한 경험을 선사한다.

영화 <트위스터스>는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 속에서도 빛나는 인간의 따뜻함과 희생을 강조한다. 케이트는 자신의 목표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하려 했고, 그녀의 행동은 단순한 과학적 연구를 넘어선 진정한 인간애의 표현이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와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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