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식과 단식 멤버 순서를 지혜롭게 내세운 감독의 판단도 중요했지만 두 번의 단식 게임을 치르며 상대 선수를 분석하여 운영 패턴의 변화를 준 것이 멋지게 들어맞았다. 특히 두 번째 단식 게임에 나선 이은혜가 첫 올림픽 경험이어서 긴장했지만 침착하게 역전승을 거둔 것이 결정적인 전환점이었다.
 
오광헌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여자탁구 대표팀(3번 시드)이 우리 시각으로 6일(화) 오후 10시 아레나 파리 쉬드 2번 테이블에서 벌어진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 8강 토너먼트에서 스웨덴(15번 시드)을 3-0으로 이기고 4강에 올라 이틀 뒤에 '중국-대만' 승리 팀과 만나게 됐다.

'신유빈+전지희' 복식조부터 히든 카드 이은혜까지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8강전에서 스웨덴을 이기고 준결승 진출에 성공한 한국 신유빈(왼쪽 두번째부터), 이은혜, 전지희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8강전에서 스웨덴을 이기고 준결승 진출에 성공한 한국 신유빈(왼쪽 두번째부터), 이은혜, 전지희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올림픽 혼합 복식 동메달리스트 신유빈이 전지희와 함께 뛴 첫 복식 게임부터 일찌감치 승리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었다. '베르간드+칼베리' 조를 상대로 첫 번째 게임에서 단 2포인트만 내주고 완승을 거둔 것이다.

이어진 두 번째 게임 초반 흐름이 스웨덴 쪽으로 넘어갔지만 신유빈의 과감한 대각선 포핸드 스트로크 포인트로 7-6을 만들고, 전지희의 포핸드 크로스 포인트로 11-7 점수판을 만들어냈다.

두 선수의 역할 분담이 더 또렷하게 드러난 세 번째 게임에서도 11-5의 완벽한 마무리 실력을 보여주었다. 신유빈이 주로 공격 기회를 만들어주는 든든한 받침대 역할을 맡았고 전지희가 반 박자 빠르게 공격하여 포인트를 따내는 패턴이었다. 긴 볼보다 짧은 볼 게임에서 유리한 포인트를 차곡차곡 쌓은 덕분이었다.

예상보다 가볍게 첫 복식 게임을 가져온 한국 팀은 두 번째 단식 멤버로 이은혜(랭킹 44위)를 내보냈는데 수비 탁구를 펼치는 스웨덴의 린다 베리스트롬(랭킹 32위)에게 첫 게임을 2-11로 내주며 흔들렸다. 세워 잡은 라켓으로 많은 회전을 넣으며 서브하는 베리스트롬의 묘한 구질을 파악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한국 팀 히든 카드 이은혜는 두 번째 게임부터 전술 변화를 통해 과감한 포핸드 스트로크 위력을 뽐내기 시작했고 11-4로 게임 점수 1-1 균형을 만들어냈다. 이어진 세 번째 게임이 팽팽한 시소 게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긴장감을 높였지만 이은혜는 10-10 듀스 상황에서 서브 포인트로 승기를 잡았고 베리스트롬의 백핸드 회전 스트로크가 네트에 걸리며 13-11 아슬아슬한 게임 포인트가 찍혔다.

이은혜는 네 번째 게임에 접어들어 베리스트롬을 테이블 앞쪽으로 끌어당기는 짧은 볼 선택을 통해 과감한 포핸드 크로스 공격 기회를 많이 만들어냈다. 시원한 톱스핀으로 11-11 듀스 포인트를 찍었고, 베리스트롬의 포핸드 실수에 이어 이은혜의 포핸드 크로스 매치 포인트가 나온 것이다.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8강전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 한국 신유빈-전지희가 스웨덴 필리파 베르간드-크리스티나 칼베리를 상대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8강전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 한국 신유빈-전지희가 스웨덴 필리파 베르간드-크리스티나 칼베리를 상대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은 그 다음 단식 카드로 맏언니 전지희를 내세워 크리스티나 칼베리를 상대했다. 여기서도 첫 게임 주인공은 칼베리였다. 초반 흐름에서 크게 밀리다가 거의 다 따라붙는 뒷심을 발휘했지만 전지희가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8-11로 지고 말았다. 

두 번째 게임에서 백핸드 자신감을 회복한 전지희는 11-11 듀스 상황에서 빠른 백핸드 공격으로 게임 포인트를 만들었고, 포핸드 크로스 서브 리턴으로 칼베리의 실수를 이끌어냈다.

이은혜에 이어 자신도 역전승을 거둘 수 있다는 감을 잡은 전지희는 세 번째 게임 초반 분위기를 압도했고 보기에도 시원한 크로스 스매싱으로 9-4를 만든 뒤, 빠른 백핸드 랠리 끝에 11-6 점수판을 새겨 놓았다.

결국 마지막 게임이 된 네 번째 게임에서 전지희는 절묘한 백핸드 스트로크와 과감한 포핸드 톱스핀을 묶어 9-5까지 달아났다. 매치 포인트 상황에서 칼베리의 바나나 플릭 헛손질이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올림픽 16년 만에 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여자 단체 팀은 8일(목) 밤 10시에 '중국 - 대만' 승리 팀과 결승 진출권을 놓고 만나게 된다.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 8강 결과]
(8월 6일 오후 10시, 아레나 파리 쉬드 2번 테이블)

한국 3-0 스웨덴

1복식 ★ 신유빈+전지희 3-0(11-2, 11-7, 11-5) 필리파 베르간드+크리스티나 칼베리

2단식 ★ 이은혜 3-1(2-11, 11-4, 12-10, 13-11) 린다 베리스트롬

3단식 ★ 전지희 3-1(8-11, 13-11, 11-6, 11-7) 크리스티나 칼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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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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