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세트도 싱겁게 끝날 것처럼 조코비치가 게임 스코어 4-0까지 앞서 나갔지만 라파엘 나달은 결코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따라붙어 오랜만에 필립 샤틀리에 코트 관중석을 뜨겁게 만들어주었다.

끝내 조코비치가 승자로 남았지만 라파엘 나달 본인은 물론 이를 지켜보는 모든 이들에게 이번 라운드는 잊을 수 없는 선물이 된 셈이다. 2005년부터 2022년까지 롤랑 가로스(프랑스 오픈) 남자단식 개인 통산 14회 우승자 나달의 영광이 짙게 새겨진 바로 그 코트였기 때문에 더 특별한 순간이었다.

세르비아 대표로 참가한 노박 조코비치가 한국 시각으로 29일(월) 오후 9시 프랑스 파리 롤랑 가로스 스타디움에 있는 필립 샤틀리에 코트에서 벌어진 2024 파리 올림픽 테니스 남자단식 2라운드(32강)에서 스페인 대표로 참가한 라파엘 나달을 1시간 43분만에 2-0(6-1, 6-4)으로 이기고 16강에 올라섰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만남

클레이 코트의 전설 라파엘 나달은 2022년 롤랑 가로스 우승 트로피(그래드 슬램 단식 22회 우승)를 들어올린 뒤 메이저 대회 단식 결승에 도전하지 못할 정도로 선수 생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이번 올림픽 단식 게임에서도 확인시켜 주었다. 

3년 가까이 고질적인 부상에 시달렸기 때문에 랭킹 포인트를 쌓지 못했고 결국 이번 올림픽 2라운드에서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노박 조코비치를 너무 일찍(2라운드) 만난 것이다. 나달에게 홈 코트나 다름없는 필립 샤틀리에 코트였지만 첫 세트를 39분만에 조코비치에게 6-1로 내줬다.

이어진 두 번째 세트 초반에도 라파엘 나달의 톱스핀은 제대로 먹히지 않았고 노박 조코비치가 4-0까지 달아났으니 예상보다 더 무기력하게 나달이 퇴장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다섯 번째 게임부터 라파엘 나달의 스트로크가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라파엘 나달이 내리 4게임을 따낸 것이다.

2세트 여섯 번째 게임에서 조코비치가 서브를 넣었지만 조코비치의 포핸드 스트로크가 길게 떨어져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가 나달에게 찾아왔고 어이없게도 조코비치의 유일한 더블 폴트가 바로 여기서 나오는 바람에 게임 스코어 2-4가 된 것이다.

이어진 일곱 번째 게임에서 서브 위력까지 살아난 라파엘 나달은 내친김에 다음 게임 또 하나의 브레이크 포인트를 가져왔다. 포핸드 다운 더 라인 위너와 절묘한 포핸드 드롭샷으로 포인트를 쌓은 라파엘 나달은 믿기 힘든 랠리 끝에 조코비치의 스매싱까지 받아낸 다음, 완벽한 포핸드 크로스 위너로 4-4 게임 스코어 균형을 이뤄냈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통산 60번째 맞대결을 이룬 두 선수는 이어진 아홉 번째, 열 번째 게임에서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멋진 실력 대결을 펼쳐주었다. 조코비치가 두 번의 듀스 끝에 아름다운 백핸드 드롭샷으로 브레이크 포인트를 가져와 서빙 포 더 매치 흐름을 만들어냈고, 마지막 게임에서는 200km/h, 192km/h 서브 에이스 두 개로 라파엘 나달의 발을 묶어놓으며 끝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두 선수의 메이저 대회 단식 만남은 이렇게 조코비치의 승리로 끝나 통산 맞대결 '조코비치 31승, 나달 29승' 기록을 남겼다.

커리어 골든 그랜드 슬램 목표를 향해 16강에 오른 노박 조코비치는 독일의 도미니크 쾨퍼와 이탈리아의 마테오 아르날디 승자와 만나게 됐다. 카클로스 알카라스와 남자복식 조를 이룬 라파엘 나달은 2라운드에서 네덜란드 조(그리엑스푸르, 콜호프)와 만나게 된다.

2024 파리 올림픽 테니스 남자단식 2R(32강) 결과
(7월 29일 오후 9시, 필립 샤틀리에 코트-롤랑 가로스 스타디움)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2-0(6-1, 6-4) 라파엘 나달(스페인)

주요 기록 비교
서브 에이스 : 조코비치 5개, 나달 1개
더블 폴트 : 조코비치 1개, 나달 2개
첫 서브 성공률 : 조코비치 60%(29/48), 나달 72%(42/58)
첫 서브로 포인트 적중률 : 조코비치 79%(23/29), 나달 55%(23/42)
세컨드 서브 성공률 : 조코비치 95%(18/19), 나달 88%(14/16)
세컨드 서브로 포인트 적중률 : 조코비치 53%(10/19), 나달 31%(5/16)
리시브 포인트 성공률 : 조코비치 52%(30/58), 나달 31%(15/48)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조코비치 42%(5/12), 나달 67%(2/3)
네트 포인트 성공률 : 조코비치 58%(7/12), 나달 67%(4/6)
포핸드 위너 : 조코비치 8개, 나달 6개
백핸드 위너 : 조코비치 8개, 나달 3개
언포스드 에러 : 조코비치 17개, 나달 2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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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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