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이재킹> 장면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
납치범 용대는 사실 억울한 인물이다. 북으로 넘어간 형 때문에 빨갱이로 몰려 감옥에 가고 어머니는 혼자 집을 지켰지만, 지병으로 홀로 외롭게 죽음을 맞는다. 그는 가족을 살필 기회도 없었다. 감옥에서 출소해서 돌아온 집에는 숨이 멎은 어머니뿐이었다. 억울한 상황과 슬픔은 큰 분노가 된다. 그의 납치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지만, 그가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용대의 분노는 그를 비행기 납치로 이끌었고, 다른 무고한 승객들에게 큰 위협이 됐다. 결국 그의 잘못된 선택으로 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입거나 트라우마를 겪는다. 그는 침착하게 대응하는 부기장 태인을 보며 자신이 상황을 주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가 조금은 만만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용대가 가지고 있는 분노가 그의 판단력을 망가뜨렸기에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용대는 계속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북으로 가자는 그의 외침은 후반부로 갈수록 공허하게 들린다. 단지 그의 분노만 화면 속에서 전달될 뿐이다. 그의 서사 안에서는 그의 행위는 정당성이 있지만, 비행기 전체 승무원과 승객들의 서사까지 확대하면, 그 분노는 정당성을 잃고 바닥으로 추락해버리고 만다. 그렇게 아무 의미 없는 분노가 된다.
[세 번째 감정] 규식의 믿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