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핸섬가이즈> 스틸컷

영화 <핸섬가이즈> 스틸컷 ⓒ (주)NEW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01.
재필(이성민 분)과 상구(이희준 분)는 전원생활을 꿈꾸며 시골로 내려왔다. 꼬박 10년을 모은 돈으로 구입한 두 사람의 첫 번째 집. 오래전 미국인 선교사가 지내던 사택이었다는 전원주택은 뭐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 같다. 매물 사이트에서 본 사진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마당에 자란 수북한 잡초는 물론, 건물은 거의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나 다름없는 상황. 심지어 집을 수리하면서 발견한 거실 바닥 아래 지하실에서는 알 수 없는 주문진과 은으로 만들어진 실탄과 총까지 발견된다. 도대체 이 집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두 사람에게 닥칠 비극의 시작이다. 핸섬가이즈. 이 잘생기고 섹시한 두 사람에게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지려 한다.

영화 <티끌모아 로맨스>(2011), <상류사회>(2018)의 조감독을 지낸 남동혁 감독은 자신의 첫 장편 영화로 리메이크 작업을 선택했다. 그가 주목한 작품은 2010년 일라이 크레이그 감독이 연출한 코미디·호러 장르의 <터커 & 데일 VS 이블>이다. 캠핑을 온 대학생들이 터커와 데일 두 남자에 의해 차례로 죽임을 당하고 있다고 믿게 되지만, 무섭게 생긴 두 사람은 사실 선량한 이들일 뿐 우연과 오해로 인해 자신들끼리 죽음을 당하게 된다는 다소 허망하면서도 웃긴 내용을 가지고 있다. 나름 슬래셔 장르(한 명의 킬러가 날이 있는 도구들로 다수의 사람들을 학살하는, 혐오스러운 연쇄살인으로 화면이 가득찬 공포 영화의 서브 장르 - 기자 말)에 속하는지라, 날 것 그대로의 고어한 장면이 표현되고 있지만 뛰어난 연출 능력으로 그 거북함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첫 상영을 했던 만큼 작품성에 대한 걱정은 없었을 터, 남동협 감독은 오로지 관객들이 즐기는 영화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작업에 몰두했다고 밝혔다. 코미디를 근간으로 하면서도 너무 가볍지 않게, 그렇다고 해서 다른 한쪽인 호러·오컬트적인 요소 또한 충실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말이다. 이런 스타일의 작품이 종종 나오긴 했지만 성공한 사례는 드물었던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거둬 또 다른 색깔의 작품이 나올 수 있기를 바라는 나름의 사명감 같은 것도 가지고 있었다고. 개봉 첫 주를 이제 막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관객들 사이에서 'B급 영화를 지향하는 A급 영화'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긍정적인 입소문을 얻고 있는 배경에는 그런 치열한 고민과 시간들이 있었던 셈이다.

02.
"그런 고마운 줄도 모르는 인간들 때문에 피곤해진 게 어디 하루 이틀이가?"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필과 상구 두 인물의 구조화다. 궂은 인상과 섣불리 다가가기 어려운 외형, 일반적이지 않은 옷차림까지. 모르고 보면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두 사람의 외형은 가만히 있어도 타인이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도록 오해가 생긴다. 건물 수리를 위해 필요한 장비를 손에 쥐어도 그렇다. 무서워 보이는 인물은 생각과 행동 역시 위험할 것이라는 스테레오 타입의 편견을 기반으로 하는 설정이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감독은 장면을 먼저 제시하고 그 해소를 위한 이유(변명)를 시차를 두고 등장시키는 방식을 활용하기도 한다. 관객들로 하여금 그 정황적 시차 사이에서 코미디적 요소를 획득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동시에 이후 일어나게 되는 사건의 원인이 인물의 외형적 요소에 있음 또한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완성된 외형과 캐릭터를 강화하는 것은 두 가지다. 이야기 안에서 발생하고 있는 작은 사건과 해프닝이 그 중 하나다. 초반부에서 이루어지는 마트에서의 첫 만남이나 늦은 밤 낚시터에서 일어나는 사건 등은 극 중 인물들 사이의 오해를 증폭시키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두 사람에 의해 미나(공승연 분)가 납치되었을 것이라 오해하게 되는 다른 인물들은 재필과 상구가 가진 외형적 이미지에 대한 편견을 점차 더 크게 가지게 된다. 이때가 되면 관객들은 관찰자의 입장에서 인물들을 바라보는 위치에 놓인다. 인상이 좋지 않은 두 인물의 내면이 사실은 순수하고 여리다는 것과 나머지 인물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두터운 오해가 쌓여 있다는 것 모두를 인해한 상태로 말이다.

잘생겼는데 왜 자꾸 오해를...
 
 영화 <핸섬가이즈> 스틸컷

영화 <핸섬가이즈> 스틸컷 ⓒ (주)NEW


03.
스스로를 잘생긴 편에 속한다고 평가하며, 그동안 억울한 일을 많이 당했다고 토로하는 두 사람의 모습 또한 캐릭터를 강화하는 또 다른 한 축이다. 그동안의 역사 때문인지 재필과 상구는 항상 자신들끼리만 서로의 외모를 치켜세우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 설정은 반대로 외부와의 단절을 강화시키는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거칠어 보이는 외형과 달리 가마솥과 벽난로 하나에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작은 위협에도 잠깐의 망설임 없이 물러서고 경찰의 권고에는 철저히 따르는 모습은 해명에 가깝다. 문제는 주어지는 상황과 전혀 맞아떨어지지 않음으로써 그 또한 역설적이게도 외형적 오해를 키운다는 것. 다시 말하면, 이 영화의 모든 장면이 두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말이다.

이는 거리의 문제로도 볼 수 있다. 미나가 그랬듯이, 처음에 어떤 경로를 통하게 되든 두 사람의 일정 영역 안으로 들어오고 나면 오해는 저절로 풀리게 된다. 그 영역 바깥의 사람들은 그 이해를 두고도 스톡홀름 신드롬과 같은 것으로 역시 또 오해하게 되지만 외부로 선언되지 못한 사실이라고 해서 사실이 아닌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경찰도, 미나를 찾는 친구들도 그 경계를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에 오해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되려 쌓이고 쌓여 걷잡을 수 없는 덩어리가 된다. '사실이 개입되지 못할 정도의 거리와 오해를 진실로 둔갑시킬 수 있을 정도의 반복'이 모든 상황의 근원에 해당한다.

04.
이 작품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지점에서도 몇 가지 장점이 발견된다. 원작의 내용과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설정을 큰 결함 없이 매끄럽게 절충하고 있다는 점은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인물의 외형적 요소에 대한 오해를 동력으로 삼는 모습이나 알고 보면 선량한 두 인물과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의해 하나 둘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설정은 원작을 충실히 따르는 지점이다. 극 전체의 뼈대에 해당된다. 남동혁 감독은 구조 전체를 뜯어고치고 재구성하는 모험 대신 부분 부분을 국내 정서에 맞게 일부 수정하고, 새로운 요소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현재의 작품을 완성했다.

원작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지점에는 염소 귀신과 악마 바포메트와 관련한 오컬트적 요소가 놓인다. 이와 관련한 베이커 신부(제이미 호란 분)와 요한 목사(우현 분), 바포메트의 현신 및 빙의 등의 내용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자연스럽게 성빈(장동주 분)과 보라(정화 분) 무리에게 주어지는 역할 또한 원작과는 조금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큰 이질감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새로운 것을 추가하고 인물의 역할까지 조정하면서도 영화 전체의 톤 앤 매너를 지켜냈다는 점은 이 작품이 매끄럽게 나아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다.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장면의 제시를 통해 호러적 속성을 획득하고자 하지 않는 것 또한 장점으로 읽힌다. 영화는 최대한 관객의 상상력에 기대어 장르를 완성해내고자 하는데, 이 방법은 감정은 그대로 전달하면서도 불쾌함은 덜어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게 했다. 특히 중반부와 후반부를 지나며 등장하는 몇 차례의 사고 신은 마음만 먹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한 충격을 줄 수도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점은 영화 <핸섬가이즈>의 무게가 코미디 쪽에 놓여 있다는 점을 더욱 분명히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 <핸섬가이즈> 스틸컷

영화 <핸섬가이즈> 스틸컷 ⓒ (주)NEW


05.
"신고했다가 우리가 감방 갈 수도 있다. 지금 상황이 그렇다 아이가."

어떤 영화든 이겨내야 하는 허들은 주어진다. 블록버스터는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미션을 손에 쥔 채로 시장에 나오고, 작은 영화는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매력을 관객들에게 전달할 것인가 하는 숙제를 풀어내야만 한다. 보여줄 수 있는 요소가 상대적으로 더 크고 많은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허점이 노출되기 쉬운 한계 또한 작은 영화들이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작품은 빠른 속도감과 뛰어난 균형감으로 관객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잘 전달해 내며 러닝타임 내내 제 호흡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끊임없이 제시되는 팽팽한 긴장과 맥이 풀리는 정도의 이완. 종잡을 수 없는 흐름 속에 잠시 몸을 맡겨봐도 좋을 것 같다.
영화 핸섬가이즈 이성민 이희준 공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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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숫자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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