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안타레스 데 라 루스>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안타레스 데 라 루스> 포스터. ⓒ 넷플릭스

 
2010년을 전후한 몇 년간 강력한 '설' 하나가 인터넷지상을 뒤흔들었다. 일명 '2012년 지구멸망설'로 말 그대로 2012년 12월 21일에 지구가 멸망한다는 것이었다. 소문의 근원과 멸망의 방법에 대한 설이 떠돌아다녔는데, 고대 마야 달력설과 지구 온난화, 태양 폭풍 등으로 인한 천재지변이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1999년 지구멸망설 이후 가장 유명한 멸망설이지 않았을까 싶다. 

상황이 그러다 보니 수많은 이가 2012년 지구멸망설을 믿고 각지각색의 대비를 했다. 비상식량을 비축해 놓는 게 가장 일반적인 형태였다면, 사이비 집단을 만들거나 그곳에 소속돼 다가올 멸망을 대비하는 이들도 있었다. 흔치 않지만 불법적인 요소를 찾기 힘든 만큼 교묘하게 활동하기 때문에 밖으로 알려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 물론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경우도 종종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안타레스 데 라 루스: 종말을 예고한 사이비 교주>가 입에 담기도 힘들 만큼 끔찍한 일을 저지른 칠레의 사이비 교주 '안타레스'와 그의 사이비 집단을 캤다. 결론부터 말하면, 2012년에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고 안타레스는 해외로 도피했다가 자살했다. 그렇다면 안타레스가 만든 사이비 집단에 속했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시작은 참나를 찾는 자기 치유 세미나

안타레스의 사이비 집단 2인자 파블로는 어릴 때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했고 고등학교가 끝나갈 때쯤부턴 엇나갔다. 이후 음악에 빠졌고 대학 때 다시 잘 지낼 수 있었다. 그러다 곧 아빠가 되었다. 그는 세상이 좋아지길 바랐다. 이런저런 활동을 하다가 우연히 어느 영적 모임에 갔다. 그곳에서 안타레스를 만났다. 

본래 이름이 라몬이었던 안타레스는 어렸을 때부터 심각한 통증에 시달렸다. 차라리 죽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다 아야우아스카를 복용했는데 통증에 큰 도움을 받았다. 이후 그는 다른 사람이 되었고 공동체를 만들어 사람을 모아갔다. 큰 키에 좋은 체격, 자신감과 카리스마는 사람들이 그를 추종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는 1960년대 미국 반문화 운동의 구루 카를로스 카스타네다의 가르침을 받들었다.

아야우아스카를 마시며 참나를 찾는 자기 치유 세미나를 위해 파블로는 주도적으로 사람을 모았다. 그러던 2009년 어느 날, 안타레스는 자신을 신의 화신이라 선언한다. 옛날 예수, 부처, 크리슈나였을 때는 가르치러 왔지만 이번 생엔 어둠을 물리치러 왔다는 것이었다. 물론 파블로 이하 참여자들 모두 안타레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신의 형상을 목격했다. 

자존감이 바닥 친 사람들이 진정한 나를 찾는 여정에서 치유와 각성이 주목적인 모임은 큰 힘을 발휘했다. 대중 사이비 종교라기보다 비밀 사이비 집단에 가까웠다. 주도자인 안타레스조차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또 저지를지 알 수 없었으니 말이다. 

신의 이름으로 행하는 끔찍한 짓

신의 이름으로 안타레스는 전사들에게 명령하기 시작했다. 파블로는 사진을 모두 지워야 했다. 아들이 지냈던 방에 안타레스가 와서 살겠다고 했다. 물질적 소유물을 최대한 없애야 했고 머리를 밀었으며 색깔 있는 옷만 입을 수 있었다. 음악도 들을 수 없었다. 빛과 어둠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함이었다. 급기야 안타레스는 파블로의 고양이가 임신하자 고양이의 참나가 루시퍼라며 죽여버렸다. 

2010년 그들은 산티아고에서 올무에로 거주지를 옮겼다. 이후 육체적 폭력이 행해졌고 파블로는 안타레스의 명령에 의해 더 이상 아들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급기야 안타레스는 관계도 통제했다. 파블로는 나탈리아와의 관계를 끊고 카롤리나와 함께해야 했다. 그런가 하면 안타레스가 나탈리아와 함께했다. 그러다 갑자기 일이 틀어졌다. 나탈리아가 안타레스의 아이를 임신한 것이다.

안타레스는 나탈리아가 12월이 아닌 11월에 진통을 시작하자 격노하며 일행과 함께 코이구아이로 향한다. 그가 각성하고 깨달음을 얻어 스스로를 마스터라고 칭했던 곳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언덕의 작디작은 오두막이었다. 하지만 열악하기 짝이 없었고 결국 2시간 넘게 걸리는 도시의 병원으로 가서 아기를 낳아야 했다. 다시 돌아노 나탈리아와 아기 헤수스, 안타레스는 일행과 함께 다시 코이구아이 언덕의 오두막을 향한다. 그곳에서 안타레스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헤수스를 불태워 죽인다. 

공유 정신병 내지 감응성 정신병의 실체

결국 그들은 경찰에게 잡혔다. 주지했다시피 안타레스는 페루로 도망쳤다가 그곳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파블로는 부모님과 함께 자수했다. 그리고 나탈리아와 함께 현장 검증에도 참여해 모든 걸 자세하게 털어놨다. 얼굴 표정만 봐서는 자신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는 인지하지만 자신에겐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들 입장에서 그들은 가해자 이전에 피해자였다. 

사이비 집단 회원들 각각의 변호사들은 합심해 '파괴적인 마인드 컨트롤의 영향을 받았고 그래서 당시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자발적으로 선택할 능력이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일명 '공유 정신병' 내지 '감응성 정신병'에 걸렸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검찰 측은 그들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고 봤다. 아무리 신의 화신에 감화되었다고 하지만 갓난아기를 불에 태워 죽이려는 행위에 가담 또는 방조하지 않는 행동을 할 수 있었다고 본 것이다. 

결국 파블로와 나탈리아는 5년형을 선고했고 나머지에겐 방조죄로 3년형을 선고했다. 한편 살해된 헤수스의 엄마 나탈리아는 7개월 동안 도망 다니다가 붙잡히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찜찜하게 남아 있는 게 있다. 사이비 집단 회원들을 정신적으로 감화시킨 안타레스를 주체로 보느냐, 안타레스가 아기를 죽이는 데 있어 가담 및 방조한 사이비 집단 회원들을 주체로 보느냐에 따라 이 사건을 보는 시선이 정반대로 갈릴 것 같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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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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