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

에스파 ⓒ SM엔터테인먼트

 
에스파가 선공개 곡 'Supernova(슈퍼노바)'에 이어 정규 1집 < Armageddon(아마겟돈) >으로 돌아왔다. 이미 각종 음원 순위를 석권할 만큼 '슈퍼노바'는 전작 'Drama(드라마)', 'Spicy(스파이시)' 이상의 파괴력으로 음악팬들을 사로잡은 데 이어 지난 27일에는 나머지 9곡을 포함한 신보 공개로 더욱 강력해진 '쇠맛' 사운드를 선사한다.    

​'광야' 콘셉트로 팀의 틀과 방향성을 설정했던 지난 4년의 기간 이후 이번에 발표한 < Armageddon >은 '에스파 시즌2'의 서막을 여는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이른바 '4세대 걸그룹'으로 불리우는 팀 중 에스파는 가장 독특한 색깔로 팬층을 넓혀온 데 이어 '다중 우주'라는 마블 히어로물 같은 세계관의 확장을 시도했다.  

​요즘 케이팝 시장의 주류로 떠오른 이지리스닝 같은 말랑말랑한 장르에 대한 일체의 곁눈질 없이 그동안 잘해왔던 음악과 형식에 더 큰 비중을 두면서 신보 < Armageddon >는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방향 설정이라는 평가를 이끌어 내고 있다. '쇠맛'을 넘어 '흙맛'이라 스스로 평하는 동명의 타이틀곡과 더불어 에스파는 또 한번의 업그레이드를 단행한 것이다.  

'Supernova'... SM 간판 PD 켄지의 또 다른 수작 
 
 에스파 '슈퍼노바' 뮤직비디오

에스파 '슈퍼노바' 뮤직비디오 ⓒ SM엔터테인먼트

 
선공개 곡으로 일찌감치 인기 몰이에 나선 'Supernova'는 다른 차원의 문이 열리는 사건의 서막을 소재로 삼은 곡이면서 가장 에스파, 그리고 SM다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잘게 쪼갠 듯한 보컬 처리 방식부터 다소 난해한 듯한 악곡의 전개까지 딱 듣는 순간 'SM표 음악'임을 단숨에 파악이 가능할 만큼 'Supernova'는 최적의 주인공을 만나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이 곡의 핵심 작사/작곡가는 SM 음악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프로듀서 켄지(Kenzie)다. 보아를 필두로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 f(x), 엑소 등 SM 간판 스타들이라면 적어도 한번 이상 켄지의 작업물을 타이틀 곡으로 선택해왔을 만큼 켄지의 작곡, 혹은 가사가 담긴 작품은 지난 20여 년에 걸쳐 케이팝 무대의 중심을 장식했다.  

​이를 감안하면 켄지의  'Supernova' 작업 참여(단독 작사 및 편곡/공동 작곡)는 다소 뒤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Don't Call Me'(샤이니), 'Ay-Yo'(NCT 127)을 통해 좋은 호흡을 보여줬던 '뎀조인츠(Dwayne "Dem Jointz" Abernathy Jr.)와 다시 한번 손잡으면서 에스파의 '쇠맛' 음악의 극대화를 이끌어낸다.  

'Armageddon', 이번엔 흙맛 사운드
 
 에스파 '아마겟돈' 뮤직비디오

에스파 '아마겟돈' 뮤직비디오 ⓒ SM엔터테인먼트

 
​더블 타이틀 곡으로 소개된 'Armageddon'는 힙합 성향의 사운드를 전면에 내밀면서 그동안 에스파가 들려줬던 장르의 변주를 시도한다. "'Supernova' 가 깡통 맛이라면 'Armageddon'는 흙맛"이라는 멤버 카리나의 표현 처럼 텁텁한 느낌을 안겨준다.  

다른 우주 속에 자리 잡은 나와의 충돌을 통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또 다른 나를 발견한다는 내용의 가사와 뮤직비디오의 구성을 통해 세기말+사이버 펑크 감성의 접목을 시도한다. 기존 에스퍼의 타이틀곡에 비해 상대적으로 난해한 악곡 구성을 지니고 있지만 기대 이상으로 좋은 합을 이루면서 신보의 쌍끌이 인기를 담당해주고 있다. 

​총 10곡이 수록된 이번 정규 음반은 전반부에 공격적인 사운드로 중무장한 곡을 대거 배치하고 'Bahama', 'Prologue', '목소리' 등 말랑말랑한 음악들은 후반부에 깔아 넣는 일반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다. LP 레코드 기준으로 A면과 B면을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곡들을 수록한 것 마냥 해 골라 듣는 재미를 적절히 안겨준다.  

혼탁해진 케이팝의 '쇠일러문'
 
 에스파 정규 1집 Armageddon 표지

에스파 정규 1집 Armageddon 표지 ⓒ SM엔터테인먼트

 
이번 새 음반 발표에 앞서 에스파 또한 살짝 난처한 입장에 놓이기도 했다. 특히 타회사 분쟁 과정에 의도치 않게 이름이 거론되면서 본의 아니게 케이팝 대혼란기에 엉뚱한 파편이 이들에게 튄 것이다. 하지만 에스파는 크게 아랑곳하지 않고 앞만 바라보면서 직진에 전념하는 모양새다. 외부적 요인에 쉽게 밟힐 리 없는 팀으로선 가장 최선의 선택이기도 했다.  

​어느 누군가는 신보의 각종 티저 이미지와 영상을 두고 세일러문과 쇠맛 이미지를 조합해 '쇠일러문'이라는 표현으로 에스파를 칭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지적은 쉽게 부러지지 않는 금속 재질 'Supernova'와 'Armageddon'를 앞세운 에스파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별칭으로 여겨진다.  

​혼탁해진 케이팝 시장을 단칼에 정리할 수 있는 '쇠일러문'의 자신감은 < Armageddon >의 탄탄한 완성도로 연결되었다. '에스파 시즌2'의 성공적인 시작을 만천하에 알리는 작품으로선 최상의 결과물을 완성시켰다.  
덧붙이는 글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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