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건강을 해킹하다>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건강을 해킹하다> 포스터. ⓒ 넷플릭스

 
2년에 한 번씩 하는 건강검진에서 위 내시경에 비해 대장 내시경을 상대적으로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말을 들어보면 대체로 '대장 내시경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나이가 좀 더 들고 나서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워낙 위에 관한 질병에 많이 걸리기도 하거니와 장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다.

하지만 장이야말로 제2의 두뇌라고 불릴 만큼 중요한 장기다. 생명을 유지해 주는 장기이기도 하다. 존중할 필요가 다분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건강을 해킹하다: 장의 비밀>이 부제 그대로 '장'의 비밀을 파헤친다. 의사, 신경 과학자, 미생물학자, 미생물 생태학자, 신경 심리학자, 유전 역학 박사, 컴퓨터 과학자 등이 총출동했다.

인간의 유전자가 건강을 결정한다고들 하지만 사실 인체의 99%를 차지하는 미생물이 결정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신체 안과 위에 존재하는 모든 미생물을 말한다. 99%의 미생물은 어떤 영향도 주지 않고 일부 미생물은 극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면역 체계가 자가 면역 질환을 유발하지 않게 하는데, 면역 체계의 약 70%가 장에 존재하는 것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을 바꾸면 건강해질 수 있다
 
 넷플릭스 <건강을 해킹하다: 장의 비밀>의 한 장면

넷플릭스 <건강을 해킹하다: 장의 비밀>의 한 장면 ⓒ 넷플릭스

 
누구나 한 번쯤 장 문제로 고생한 적이 있을 것이다. 작품에는 국적, 인종, 나이가 다양한 네 명의 사례자가 나온다. 자기 음식을 무서워하는 페이스트리 셰프 마야, 만성 장 통증이 있는 박사생 다니엘, 살 빼려고 노력하지만 못 빼는 엄마 키미, 허기짐을 못 느끼는 빨리 먹기 대회 참가자 코비까지. 

마야는 채소 외의 음식을 먹으면 배가 아프기 시작한다. 다니엘은 대변을 보는 일조차 여의치 않다. 키미는 온갖 방식으로 체중을 조절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코비는 음식을 먹고 나서 행복해하는 이들이 부럽다. 그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문제의 핵심은 뭘까? 다름 아닌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미생물은 어디서 온 걸까. 태어나면서 시작된다. 엄마의 질에 있는 미생물, 그리고 태어났을 때 엉덩이에 너무 가까워서 장 미생물도 생긴다. 이후 살아가며 온갖 것들로 고유의 마이크로바이옴이 생기는 것이다. 미생물 기억의 집합체다. 하여 마이크로바이옴을 바꾸면 건강해질 수 있고 마이크로바이옴은 장이 가장 중요하다. 어떻게? '식단 조절'로 충분히 마이크로바이옴을 바꿀 수 있다.

식단 조절로 마이크로바이옴을 바꿀 수 있다

식단 조절의 핵심은 '식이섬유'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공식품이 식단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심지어 건강식품조차 가공식품으로 만들어졌다. 가공식품에는 식이섬유가 들어 있지 않다. 그러니 식단을 바꾸는 게 너무나도 어려워진 것이다. 그럼에도 반드시 섬유질을 섭취해야 하는 이유는 '소화'에 있다. 가공식품 소화가 단거리 전력 질주라면 섬유질 소화는 산책이다. 몸이 받는 스트레스의 차원이 다르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다양하고 미생물 종류가 많으면 인생에서 생기는 일에 반응할 방법이 다양해진다. 반대라면 한정적일 테고 말이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몸 여기저기에서 탈이 나는 것이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다양하게 하려면 식단 조절밖에 없다. 다니엘의 경우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이 한정적이라 온갖 약으로 대신하고 있는데 한계가 분명하다.

그러나 산업화된 사회에서 산업화된 음식을 섭취해 산업화된 마이크로바이옴을 지니게 된 사람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생태계를 다양하게 바꾸고 또 유지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각자의 상태를 면밀하게 살피고 그에 맞게 식단을 조절해 나가야 한다. 어디서 뭐가 좋다고 그것만 주야장천 먹으면 오히려 건강에 나쁠 수 있다.

장은 뇌만큼 중요하는 인식의 필요성
 
 넷플릭스 <건강을 해킹하다: 장의 비밀>의 한 장면

넷플릭스 <건강을 해킹하다: 장의 비밀>의 한 장면 ⓒ 넷플릭스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 중요한 연구 중에 제프 고든이 이끈 '일란성 쌍둥이 연구'가 있다. 한 명은 비만이고 한 명은 말랐다. 그들의 장내 박테리아를 쥐에 옮겨 넣었더니 같은 음식을 먹고도 달랐다. 비만 쌍둥이의 장내 박테리아를 받은 쥐가 살이 더 많이 찐 것이다. 식단 조절이 필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들 각자의 고유 마이크로바이옴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젠 내장이 두뇌의 중요한 조언자라는 걸 안다. 내장이 정보를 수집해 뇌에 보내면 우리 감정의 일부가 된다. 결국 건강의 궁극적인 핵심은 뇌만큼 중요한 장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것이다. 심지어 정신질환도 뇌보다 장이 본질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몸이 전문가이니 몸이 하는 말을 잘 들어야 한다. 내 몸과 대화하며 내 몸을 더 잘 알고자 들여다보고 내 몸이 속삭일 때나 소리칠 때나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과학적 검사로 내 몸을 제대로 아는 것도 좋겠으나 특별하게 아프지 않다면 매일매일 일정량 이상의 다양한 섬유질 섭취를 기본으로 한다면 건강해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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