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사랑을 아름답게들 묘사하지만, 사랑만큼 삶을 뒤틀어 괴롭게 하는 것도 그리 많지는 않다. 사랑이란 마음처럼 일어나지 않는 것, 일어나야 할 때 일어나지 않고 일어나선 안 되는 때 일어나는 일이 얼마만큼 많은가. 내가 사랑하는 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또 내가 관심 없는 이가 나를 사랑하는 것, 사랑보다는 이 같은 엇갈림이 차라리 흔하다고 불러야 할 것이다.
대문호라는 호칭을 받는 몇 안 되는 작가 중 하나,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또한 남녀의 엇갈림에 관심을 가졌다. 그가 제 재능을 살려 써내려간 소설 가운데 하나가 바로 <백야>인데, 짧은 만남 가운데 남녀의 엇갈리는 모습을 담은 단편으로 수백 년을 건너 큰 관심을 받았다. 백야가 이어지는 페테르부르크의 어느 밤, 우연히 한 여자를 구한 남자가 그녀와 연일 만나 끊이지 않는 대화를 나눈다. 그로부터 어떤 마음들이 피어나고 일어나며 엇갈리다 사그라진다.
소설이 세기를 건너 살아남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이 소설의 중심을 흐르는 남녀의 미묘한 마음, 그 엇갈림이 오늘날 우리네 세태 속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공감이 한 몫을 하고 있을 테다. 이 소설에 영감을 받은 이 가운데는 창작자 또한 적지 않았는데, 그중 할리우드에서 잔뼈 굵은 작가 제임스 그레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