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명을 알 수 없는 어느 나라가 있다. 광대한 영토를 가진 이 나라는 사막을 국경으로 유목민의 영토와 나뉘어 살아가고 있다. 본래 사막이 이 나라의 땅은 아닌 듯도 하지만 전진기지를 짓고 마을을 개척하여 나라의 영토를 늘려온 것이다. 점령지 마을에선 치안판사가 행정책임관으로 주둔하며, 문제가 생기면 중앙에서 군대가 파견되는 것이 이 나라의 국경지대 관리방침이다.
국경마을은 외로 평화롭다. 짐승을 키우고 곡식을 길러 음식을 마련하는 이들의 삶은 여느 도시의 것과 얼마 다르지 않다. 범법이라 할 것도 얼마 저질러지지 않는데, 이따금 문제가 생기면 치안판사는 벌금이나 노역형을 내려 사건을 마무리 짓고는 한다.
원주민들 또한 물건을 구하기 위해 마을을 종종 드나들고 마을사람들도 그들과 큰 위화감 없이 어우러지곤 한다. 오래 전 마을을 개척할 땐 분쟁도 있었다고 하지만,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이 사라진 지 오랜 시간이 흐르니 데면데면하고 필요할 때 찾고 아니면 멀어지는 사이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