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뻗쳐나가는 한류부터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주목받는 작가들까지 더없이 잘 나가는 한국 영화계다. 어느 모로 보아도 전성기를 맞은 오늘이지만 영화계의 규모나 한 해 제작되는 작품의 면면을 보고 있자면 한 명의 배우가 제게 맞는 옷을 입는단 게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충분한 시나리오도, 배역도 부족한 상황에서 배우가 펼칠 수 있는 연기의 폭은 그리 넓다고 할 수가 없다. 배우가 다채로운 면을 드러낼 수 있는 복합적 캐릭터는 얼마 되지 않고, 그마저도 연령과 성별, 외모 등의 장벽에 가로막히기 일쑤다. 검증된 소수의 배우에게 수많은 시나리오가 쏟아지고, 대다수는 좋은 배역 하나를 만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 번 미끄러지면 재기가 쉽지 않은 판이다 보니,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배우도 적잖다. 한 번 성공한 캐릭터와 유사한 역할을 거듭 맡으며 낯선 도전을 피하는 것이다. 좋은 시나리오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불평 한편으로, 연기변신을 시도하지 않는 배우들의 안이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