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항저우'입니다.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5년 만에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장소입니다. 기다림 자체가 길었던 탓인지 선수들에게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어떤 때보다도 많이 중요한 자리입니다. 그런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현장을 더욱 깊고 진중하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기자말]
아쉬워하는 한국 여자 농구 선수들 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준결승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패한 한국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아쉬워하는 한국 여자 농구 선수들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준결승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패한 한국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전에 아쉬운 패배를 기록하면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 진출이 무산된 여자 농구 대표팀. 정선민 감독은 "일본이 올림픽 2위의 팀이라는 것을 여실히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라고 토로했고, 김단비 선수는 "나는 일본에게 이겼지만 이제는 역전 당한 선수"라며 진심으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3일 저녁 항저우 스포츠 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농구 한일전에서 대한민국은 58대 81이라는 큰 점수 차이로 패배했다. 1쿼터부터 일본에 고전하던 한국은 3쿼터부터는 일본에 두 자릿수 이상의 점수 차이를 내주며 패배, 결승 진출 불발이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경기가 끝난 직후 기자회견에서 정선민 감독과 김단비 주장은 경기 패배에 대한 아쉬움보다 일본 여자 농구의 배울 점을 배워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김단비 선수는 "북한과의 3·4위 결정전이 나의 마지막 국가대표 경기가 될 것"이라고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제공권 필요하지만... 한 명으로는 버티기 어려워"

정선민 여자 농구 대표팀 감독은 "한일전을 대비해서 열 두명의 선수들과 저 역시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잘 해보자고 해서 준비했는데, 선수들의 몸이 전체적으로 많이 무거웠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먼저 표하면서, "그럼에도 선수들이 부상 없이 준결승까지 마쳐 다행"이라며 경기 소감을 말했다.

그러면서 정 감독은 "일본의 농구가 세계 무대에서도 올림픽 2위의 팀이라는 것을 여실히 느끼는 계기였다"며, "우리가 여러가지 면에서 많이 부족했다. 특히 한국 농구가 조금 더 배우게 되는 그런 경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만족스러울 수는 없지만, 그리 평가하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초반 싸움에 밀린 것에 대해서 정선민 감독은 "1쿼터 아쉬움을 선수들도 알고 있다"며,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본인의 의도대로 플레이가 잘 되지 않거나 제압을 당했을 때, 생각보다 상대가 강하다고 느끼면 주저하고 의식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이런 부분이 1쿼터를 어렵게 가져간 요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평했다.

특히 정선민 감독은 일본 여자농구에 대해 작심 발언을 했다. 정 감독은 "일본이 국제 무대에서 잘 할 수밖에 없는, 성적이 날 수밖에 없는 요인이 있다"며, "짧은 키의 핸디캡을 가지고도 스피드라든가 피지컬과 몸싸움, 그에 뒤따르는 강한 체력 싸움, 공수의 움직임, 이런 부분들이 상당히 수준이 높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 감독은 "한국 여자 농구도 결국 외곽 슛의 능력이 좋다고 하지만, 그 부분이 발휘가 안 되면 경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특히 제공권이 필요한데 박지수 선수 한 명으로 버티기에는 세계 무대가 워낙 힘들다. 물론 한국 농구가 오래 전부터 그런 부분을 잘 알고 있으니, 노력하고 분발해야 되지 않나 싶다"고 발언했다.

해결책은 있을까. 정선민 감독은 "유소년 저변이나 환경 면에서 한국이 일본보다는 떨어지는 부분이 분명 있다. 당장 선수층도 얇아지고 있는 데다 피지컬이 좋은 선수들도 많지 않다"며, "한국은 인프라나 저변 등에서 '농구를 많이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아야 하나 싶다"고 말하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우리 선수들, 연봉 많이 받는다고 최고는 아니잖나"
 
 3일 한일전 패배 직후 기자회견에 나선 정선민 감독(왼쪽)과 김단비 선수.
3일 한일전 패배 직후 기자회견에 나선 정선민 감독(왼쪽)과 김단비 선수.박장식
 
이날 경기에서 패배한 김단비(우리은행) 선수는 기자회견장에서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주어서 고맙다. 내가 주장으로서, 언니로서 부족해서 준결승에서 패배했다"며, "북한과의 3·4위 결정전은 내 국가대표 마지막 경기가 될 것"이라며, "마지막 경기를 이기고 끝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며 "아시안게임에 나올 때부터 했던 생각이다"라며 못박은 김단비 선수는 "인천 아시안 게임 때 함께 출전했던 언니들이 금메달을 따고 은퇴했는데, 나는 그것이 어렵게 되었다"며 아쉬워했다. 김단비는 "그럼에도 남북전을 승리로 마무리해서 동메달을 따고 은퇴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고 털어놓았다.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 만난 김단비 선수는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일본 농구 선수들에게 경기가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면 '우리끼리의 경쟁이 경기보다 더 어렵다'고 하더라"고 말문을 뗀 김단비는 "그런 경쟁 속에서 나온 선수들이잖나. 일본은 리그보다 대표팀 소집도 길 정도로 대표팀에 신경을 쓰는 나라다"라고 말했다.

김단비는 "우리나라에서 잘 한다고 해서 최고가 아님을 느낀다. 후배 선수들이 '에이스'라고, '고연봉자'라고 해도 사실 시합에서 그 정도는 아니지 않느냐"라면서, "후배들도 자기가 최고가 아니며, 배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농구에 임해주면 다음 번에는 한일전에서 꼭 이기지 않을까 싶다"고 발언했다.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뛰어 왔는데, 내가 사실은 최고가 아니더라. 안일함 때문에 나도 정체가 된 것 같다. 나는 어릴 때 일본을 이겨 본 경험이 있지만 이젠 역전을 당한 선수다. 이제 선수들이 일본을 이길 수 있는 대표팀이 되기를 바란다. 너나할 것 없이 서로 경쟁해서, 나보다도 좋은 성적을 국가대표 경기에서 내길 바란다."

김단비는 '작심발언'을 쏟아내고 국가대표로서의 마지막 경기를 준비한다. 여자 농구 대표팀은 한국 시간으로 5일 오후 5시부터 한일전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동메달 결정전에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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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 여자 농구 국가대표팀 항저우 아시안게임 김단비 정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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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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