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낸 신유빈(오른쪽)과 전지희(왼쪽) 선수가 금메달을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으로 '하트'를 그려보이고 있다.
박장식
"어려움 딛고 이렇게 올라와 감사해"
전지희 선수는 "14년째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며 "솔직히 중국에서 실력이 낮아 높은 자리에 오르기 어려웠다. 그러던 차에 한국에서 귀화 제의를 주셔서 다시 제2의 탁구를 할 수 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전 선수는 "작년부터 몸도 좋지 않고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올해 초반까지도 안 좋았다. 유빈이에게도 그래서 미안했다"면서, "그러다 세계대회에서 이겨보자는 마음으로 컨디션을 더 올렸다"라며 "사실 이번 대회도 처음엔 힘이 잘 안 올라왔는데 이렇게까지 올라갈 수 있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결승전이 '남북전'으로 펼쳐지면서 북한의 응원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전지희 선수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전 선수는 "경기장 밖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우리는 경기를 해야하기 때문에 시합에 집중했다"라고 말했다.
신유빈 선수도 인터뷰에서 "너무 신기하다. 내 첫 금메달이 생겼다"라며 "경기 내용적인 부분에서는 계속 작전을 바꾸어 가면서 플레이를 가져갔기에 후회 없고 행복하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두 선수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일까.
전지희 선수는 "복식 탁구 자체가 파트너가 없으면 안 되는 종목"이라면서 "결승에서 붙는 것은 누구라도 쉽지 않은데, 유빈이가 같이 이겨내 주어서 고맙다"라고 강조했다.
신유빈 선수는 "지희 언니는 실력 면에서 옛날부터 너무나도 탄탄했다"라며 "옆에서 함께 복식 경기에 나서면 기술적으로도 좋고, 나에게 믿음을 주기 때문에 나도 자신감을 갖고 경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앞선 기자회견에서 전지희 선수는 신유빈 선수의 '언니에게 고마웠다'는 말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전 선수는 "어려웠던 과정을 서로 알고 있기 때문에, 언어로는 표현이 어렵지만 둘만 아는 애정 같은 감정이 올라와서 그랬다"고 소회를 밝혔다.
"파리 올림픽, 후회 없도록 뛰고 싶어"
신유빈 선수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출전한 모든 종목에 메달을 따내는 기록을 썼다. 신 선수는 "원래대로라면(1년 전 아시안게임이 열렸다면) 부상 때문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라며 "행운이 찾아와서 이렇게 경기를 뛰게 됐다.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전지희 선수도 "중국 선수들이 모두 떨어진 상황이 우리에게 또 다른 행운으로 찾아온 것 같다"라며 "솔직히 이번 대회에도 과정마다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결국 잘 된 것 같다, 유빈이를 만난 덕분이 아닌가 싶다"라며 웃었다.
금메달을 따고 전지희 선수와 신유빈 선수가 함께 선보인 '하트 세리머니'와 관련, 신 선수는 "선수촌에서부터 세리머니를 생각했었다. 정말로 세리머니를 할 수 있게 돼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은 이제 '파리 올림픽 대비 모드'로 돌입한다. 신유빈·전지희 선수는 아시안게임이 끝나자마자 중국 란저우 시로 이동해 'WTT 컨텐더 란저우 2023' 대회에 참가한다.
1년 앞으로 다가온 파리 올림픽은 어떻게 대비할까. 신유빈 선수는 "도쿄 올림픽 때 선수들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경험 많은 선수들은 집중력에서부터 다르다"라며 "(올림픽에) 출전한다면 늘 그래왔듯 후회 없는 경기를 만들기 위해 연습을 착실히 해야 할 것 같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전지희 선수는 "유빈이의 기량이 많이 올라왔기 때문에 파리 올림픽에서 유리할 것 같다"라며 "나는 여기서 기량이 떨어지지 않게 부상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빈이랑 같이 파리에 가서 메달을 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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