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전이 끝난 직후 기자회견에 나선 북측 선수들. 왼쪽부터 강향미 선수, 정성심 감독, '통역'을 위해 나섰다던 관계자.
박장식
어느 때보다도 살얼음판 위인 남북관계 탓일까. 농구 남북전이 끝난 직후 북측 선수들이 가진 기자회견은 어떤 때보다도 긴장되었다. 축구 종목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한국 기자들과는 담을 쌓다시피 했던 북측 선수단이 기자회견에 나섰기 때문이다.
29일 항저우 스포츠 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남북의 여자 농구 경기가 끝난 후 열린 기자회견에 남측과 북측 선수들이 모두 기자회견에 나섰다. 물론 경기장에서도 대면을 피했던 양측 선수답게 기자회견은 패퇴한 북측이 먼저 진행하고, 이어 대한민국 선수들이 승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평소 기자회견과 비슷했던 대한민국의 기자회견과는 달리, 북측과의 기자회견은 그야말로 '공포의 기자회견'이었다. 동시통역이 제공되지만 '통역을 하겠다'며 따라온 관계자가 외신 기자의 말을 막아세우는가 하면, 한 취재진이 '북한'이라고 언급했다는 이유로 사과를 요구하는 등 여느 기자회견과는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단일팀 질문에 "이번 경기와 관련 없다"
경기 소감을 전할 때까지만 해도 여느 기자회견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북측 여자농구 대표팀의 정성심 감독은 "아시아 올림픽(아시안게임의 북측 표현) 경기에 참가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아시안 올림픽 경기 출전을 위해 도와주신 중국의 여러 동지들에게 감사드리고 싶다"고 출전 소감을 전했다.
그러며 정 감독은 남조선, 남측 등의 표현을 언급하지 않은 채 "오늘 경기가 좀 잘 안 되었는데, 경기라는 게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 앞으로 훌륭한 경기 모습들을 보여주겠다"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강향미 선수 역시 "아시아 올림픽 경기에 참석하게 된 것을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생각했던 것보다는 잘 못했다. 팀 경기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다음 경기 준비를 잘 해서 훌륭한 모습을 여러분께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외신 기자가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단일팀으로 만났던 남북을 상기하며 다시 이러한 기회가 생긴다면 또 함께하겠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갑작스럽게 통역을 위해 앉았다던 관계자가 막아세우며 우리말로 "내가 대신 말하겠다. 이번 경기와 관련이 없다고 본다"고 쏘아붙였다.
대답을 회피할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예상치 못한 인물의 투입에 현장은 당황스러운 분위기였다. 결국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이어졌는데, 여기서 북측 관계자가 '사과 요구'를 하고 나섰다.
'북한' 발언에, 영어로 "사과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