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모든 경기를 마친 후 믹스드존에서 만난 오희지 선수(왼쪽)과 정서환 감독.
박장식
"세계선수권 나가고 나서 3년 정도 직장 생활을 했거든요. 그런데 아시안 게임 때문에 올해 초에 퇴사하고 선수촌에 입촌했어요."
한국 첫 세계선수권 출전, 그리고 한국의 첫 아시안 게임 출전 기록을 썼던 여자 수구 '캡틴'은 뜻밖의 고백을 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수구 종목에 나선 오희지 선수 이야기다. 함께 인터뷰에 나선 정서환 감독도 "우리 선수들이 참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해줬다"라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1승 못 이뤄 아쉬워... 첫 발에 만족하겠나"
정서환 감독은 "승리를 경험해야 다음 경기를 이길 수 있는 힘이 생기는데, 목표했던 1승을 이루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그럼에도 우리 선수들이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는 가운데에서도 너무 잘 해줬기 때문에 앞으로 선수들이 더욱 좋은 팀워크를 발휘한다면 더 큰 일도 내지 않을까 싶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정서환 감독은 지난 2022년 여자 수구 대표팀을 이끌 지도자로 선임됐다. 오희지 선수는 "선생님과 다양한 훈련 방식을 가진 덕분에 4년 전보다 훨씬 기량이 올라왔다"라면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고충도 많았다. 정서환 감독은 "진천선수촌에 입촌하면 훈련수당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그 비용이 너무 적다"라며 "어린 선수들에게는 수당이 괜찮은데 나이 많은 선수들에게는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다"며 씁쓸한 듯 말했다.
이어 정 감독은 "남들이 이야기하는 '투혼'을 실현한 친구들이 우리 여자 수구 대표팀 선수들"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선수들이 나오고, 좋은 선수들을 발굴할 수 있게 되면 한국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며 바람을 드러냈다.
특히 오희지 선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고 털어놓았다. 안정적인 직업 대신 다시 가슴이 시키는 수구로 돌아온 것. 오희지 선수는 "사실 직장을 다니고 있다가 직장을 그만두고 수구를 하러 다시 왔다"며, "멀리까지 온 의미가 그래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희지 선수는 "원래는 세계선수권과 전국체전이 끝나고 여자 수구 클럽팀을 만들려고 했었다"며 "하지만 잘 되지 않아 직장을 3년 동안 다녔다"고 설명했다. 직장을 그만 둔 시기 역시 수구 대표팀 선발전에서 선발된 직후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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