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스틸컷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장르적 쾌감도 놓치지 않는다
전두환에 대한 심판 외에 영화의 주된 관심은 첩보물로서의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둘로, 모두 안기부 차장급 요원이다. 하나는 국제파트를 이끄는 박평호(이정재 분)이고, 다른 하나는 국내파트 수장인 김정도(정우성 분)다.
이들은 변화하는 역학구도 속에서 서로를 견제하며, 나중엔 서로가 북한에서 심은 대남공작원 '동림'일 수 있다는 의심을 한다. 둘 중 하나가 간첩이란 사실이 밝혀진 뒤엔 북한 고정간첩단이 모습을 드러내고, 대통령을 처단하려는 남한의 군부 조직까지 수면 위로 떠오른다. 결국 영화는 대통령 암살작전의 클라이막스로 귀결되는데, 그 과정이 때 되면 불판을 척척 갈아주는 프랜차이즈 고깃집에 온 듯 능숙하기 짝이 없다.
신인답지 않은 솜씨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연출 덕에 관객은 지루할 틈 없이 영화에 빠져든다. 평호와 정도 사이에 서로를 깊이 이해할 만큼의 사연이 없는 탓에 브로맨스로 전개되진 못하지만, 대신 끊임없이 서로를 의심해야 하는 긴박감이 분위기를 장악한다. 그 과정에서 두 인물 모두를 악당이 아닌 이해받을 수 있는 캐릭터로 놓아두려는 감독의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나기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