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승리호>에서 선원들을 추격하는 기동대 대장 카밀라 역의 카를라 아빌라.
카를라 아빌라
아무리 무술을 배웠다고 해도 강력한 액션을 소화하기 어렵지 않았느냐고 묻자 "나, 대학교 때 치어리더였다. 몸쓰는 건 자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단순히 앞에서 춤추는 치어리더가 아니라 '아크로바틱 팀'으로 역동적인 동작을 할 때 기둥 역할을 담당했다고 한다. "저는 하체 힘이 굉장히 좋다"고 그가 웃으며 답했다.
강렬한 인상을 남겨서인지 포털사이트 댓글 중엔 기동대장 카밀라가 사실 순이(극중 송중기가 맡은 태호의 딸)의 DNA를 복제해서 키운 인물 아니냐는 등의 반응도 있었다. 카를라 아빌라는 "영화에 기동대장의 앞선 서사는 안 나오는데 그 댓글을 보고 기뻤다"며 당시 기분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기동대장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다. 저 역시 연기할 때 승리호 선원들을 다 증오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덧붙였다.
통역사를 꿈꿨던 청춘
멕시코에서 학부생 시절 금융공학을 전공했고, 회사 생활도 했다. 프로그램을 활용한 데이터 베이스 만들기와 알고리즘 짜기가 특기일 만큼 재원인 그다. 물론 10대 초반부터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졌고, 춤과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관심이 생겼으나 부모님의 반대도 심한 편이었다고 한다. 2017년 한국행을 결심했을 때도 배우가 아닌 통역사 공부를 하기 위함이었다.
"멕시코에서 나름 괜찮은 회사를 다녔고, 남자 친구도 있었고, 차도 있었는데 마음이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다. 좀 공허했다. 그러던 중에 한국어와 일본어를 다시 배우기 시작했고, MC 아르바이트도 했다. 무대를 제가 좋아하고 있음을 느꼈다. 치어리더 할 때도 6개월 간 죽어라 연습한 뒤 무대 위에서 2분 동안 쏟아붓고 박수받으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그래, 일단 한국에 가보자! 멕시코 대학에선 언어 전공이 없거든. 한국엔 있더라. 가서 통역 공부를 하면 멕시코 회사랑 한국 회사를 연결하는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한국에서 모델일과 작은 배역을 조금씩 하면서 꿈을 바꿨다. 이젠 깨달은 거다. 내가 엔터테이너가 되기 위해 아주 작은 길부터 하나하나 만들고 있다는 걸. 엄마도 응원해주셨다. 처음엔 취미처럼 하라고 하셨는데 본격적으로 이 일을 한다고 하니 축하해주시더라. 물론 힘든 일도 많았다. 나쁜 사람들이 돈을 적게 주거나 늦게 주기도 한다. 근데 멕시코 말에 이런 게 있다. 'aprendemos al vuelo!' 부딪히며 배운다는 뜻이다. 어미 새가 아기 새에게 나는 법을 가르칠 때 일단 절벽에서 떨어뜨리잖나. 그 순간 아기새는 나는 법을 배운다. 나 역시 그렇게 배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작 연예계 일을 하기로 했을 때 겪은 몇 가지 차별의 시선을 그는 묵묵히 이겨내고 있었다. 팔뚝에 살이 많다, 머리가 검은색이라 외국인 같지 않다는 등. 카를라 아빌라는 "무조건 내 것만을 고집할 순 없다. 그들도 변해야 하지만 나 또한 변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열린 태도를 보였다. 그래서 <승리호> 출연은 그에게 의미가 더욱 커 보였다. 멕시코에선 카를라 아빌라 관련 기사들이 꽤 나왔고, 가족들 또한 함께 모여 기뻐했다고 한다. 카를라 아빌라는 한국에서의 생활을 기대하며, 더 나은 비상을 위해 힘껏 날갯짓을 배우고 있었다.
"이모랑 할머니도 소리 지르며 <승리호>를 봤다더라(웃음). 제 SNS 개인 메시지로 멕시코 사람들이 많이 연락해 온다. 지구 반대편이지만 멕시코에서 케이팝, 케이드라마가 아주 인기가 많다. 한국 엔터계 진출을 꿈꾸는 여러 멕시코 사람들이 절 보고 뭔가를 실감하시는 것 같다. 셀마 헤이엑처럼 아시아와 할리우드에서도 알아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 제가 아직 한국 사람을 잘 모른다. 계속 배워야 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사람들은 다른 문화를 흡수하는 게 빠른 것 같다. 정말 한 해 한 해 달라지는 게 보인다. 멋있는 국가다.
새해 목표? 멕시코에선 월마다 1개씩 총 12개의 소원 리스트를 만들거든. 일단 하나는 이미 이뤘고, 다음은 드라마 출연이다(웃음). 지금 온라인으로 중국어와 일본어를 다시 공부 중이다. 한국어도 좀 더 심화학습을 하고 싶어서 선생님을 구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