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베니스 공연 <브리징 컬러-블루> 포스터
이탈리아 베니스 공연 <브리징 컬러-블루> 포스터김시훈

세계인이 즐겨 듣는 K-Pop과 가수들 외에도 록, 클래식, 힙합, 국악 등 여러 음악장르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의 세계를 무대로 한 활약상 역시 점점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1월 14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베니스 조르지오 섬에 있는 오디토리움 로 스퀘로(Lo Squero)에서 오후 4시 우리 전통 예술의 아름다움을 음악과 무용으로 유럽 관객에게 전한 뮤지션들이 있다. 해금연주자로 두터운 팬 층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신날새, 크로스오버 음악을 추구하는 싱어송라이터 최성무는 영국에서 활동하는 조용민 안무가와 함께 <브리징 컬러-블루(The Bridging Colours-Blue)>란 퍼포먼스 공연을 펼쳤다.

당시 어려운 현지 상황 속에서 머나먼 한국에서 온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만나려고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 각국에서 온 관객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하는 신날새와 최성무. 우리 전통 악기들과 소리로 완성된 음악들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엿보고 자신들도 한 몫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두 뮤지션.

지난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소속사 사무실에서 신날새(이하 '신'으로 표기)와 최성무(이하 '최'로 표기) 두 사람을 만났다. 다음은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퍼포먼스가 곁들여진 공연, 새롭고 소중했던 경험
 
 신날새 해금 연주자와 싱어송라이터 최성무, 조용민 무용가
신날새 해금 연주자와 싱어송라이터 최성무, 조용민 무용가 김시훈
 
- 어떻게 공연에 참여하게 됐나?
"영국에 거주하며 활동 중인 조용민 안무가가 제안을 주셨다. 무용과 해금, 우리 고유의 장단이 결합된 퍼포먼스로 파란색 '블루'가 공연의 콘셉트였다."

"음악감독이자 연주자로 참여했다. 장구와 징 연주와 구음을 공연에서 맡았고, 이번 공연을 위해 창작곡 및 기존 곡의 편곡 작업도 했다."

-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어땠나?
"이전에도 무용과 결합된 공연을 한 경험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연의 일부가 아닌 주요 퍼포머로서 참여해야 했기 때문에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과연 잘 해 낼 수 있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연습 과정 중 힘든 점도 있었지만 실제 공연은 뿌듯함과 보람을 느낄 정도로 좋았고 값진 경험이었다.(웃음)"

"이렇게 대규모 작업이 필요할 거란 상상을 못했다. 50여 분의 공연시간에 필요한 음악을 새롭게 만들거나 전통음악 원곡의 중요마디를 차용해 편곡해야 하는 등 어느 순간 어려움으로 다가서기도 했지만, 첫 미팅 후 실제 공연 날까지 지난 6개월이 잊지 못할 날들로 남아있다."

- 공연은 어떤 내용으로 구성됐나?
"총 네 개의 악장으로 구성을 했다. 자연과 신, 영혼과 사람을 이어주는 중간자 역할로 아티스트들이 출연하고 춤, 해금과 장구 징 등 여러 악기 연주와 구음을 통해 세상의 모든 근심 걱정을 씻어내고, 모두가 화합과 안녕을 염원하는 의미를 담아 표현했다. 1악장과 4악장은 창작음악으로, 2악장과 3악장은 우리전통 정악과 구전음악을 차용해 만든 곡들로 구성했다."

미지의 음악을 향한 유럽 관객의 열정과 관심 놀라워
 
 신날새 해금연주자와 싱어송라이터 최성무
신날새 해금연주자와 싱어송라이터 최성무헉스뮤직
 
- 준비과정에서 어려웠던 면도 있었을 것 같다.
"처음에는 암기하는 것이 무척 힘들고 신경이 쓰였다. 내가 해왔던 공연과는 다른 성격이어서 더 집중하고 더 많은 시간을 갖고 연습에 임했다. 어느 때부터는 내 연주를 틀려서도 안 되지만, 함께 참여한 아티스트 분들과 완벽 호흡을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단 마음으로 해나갔다. 결국 우리들의 공연에서의 조화로운 모습이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해져서 좋았다.(웃음)"

- 오롯이 유럽 관객을 대상으로 한 현지공연이었다.
"'해금이란 악기소리에 거부반응을 보이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실제 전해지는 음악을 통해 해금 선율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천천히 스며들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공연을 마친 후 유럽 관객들과 만남의 자리에서 악기에 대한 궁금한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아서 즐겁게 답변을 이어나갔던 기억이 난다. 미지의 음악을 탐구하고자하는 관객들의 높은 관심에 '배려'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관객으로부터 나오는 에너지에 놀랐다. 무대 위에서 소통하는 아티스트들의 에너지도 공연을 해나가기 위해 무척 중요한데, 아주 깊은 몰입도로 우리의 모든 것을 지켜보고 음미하는 현지 관객들의 모습에 나 역시 감명을 받았고, 어느 때 보다 강렬한 에너지를 얻었던 것 같다.(웃음)"

- 공연이 예정된 시기, 베니스에 홍수로 인한 재난소식이 전해졌다.
"현지 날짜로 12일 밤에 도착을 했다. 긴 장화도 필요 없을 정도로 비가 세차게 내렸고 공연 전날까지도 계속 와 멀리까지 와서 공연취소가 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도 많았다. 게다가 콘서트 장소가 베니스 육지가 아닌 몇 분 정도 배를 타고 가야하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더했다.

그런데 정말 하늘이 도와서였는지 공연 당일이었던 14일 날씨가 화창하게 개서 무사히 콘서트를 치를 수 있었고, 홍수로 인해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한 관객들을 제외하고 꽤 많은 분들이 객석을 채워서 놀랍고도 감사할 따름이었다. 우리의 공연으로 비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함께 해 주신 관객 분들을 위해 위로와 위안을 잠시나마 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나름의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음악인으로서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값진 경험 얻어
 
 신날새 해금 연주자 베니스 공연 장면
신날새 해금 연주자 베니스 공연 장면치니재단
 
- 각자 기억에 남는 공연 에피소드나 장면이 있다면?
"처음 등장할 때부터 내 동작 손짓 하나하나가 공연의 일부가 되어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적으로 받아야 하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이전에는 해금 연주에만 몰두하며 공연을 해나갔다면, 무대에서 벌어지는 나의 모든 행위가 관심거리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공연 내내 퍼포먼스가 이뤄졌기 때문에 에너지가 상당히 소비된 느낌이었다. 물론 관객으로부터 충분한 기운을 얻기도 했지만.(웃음) 다양한 동작과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여러 사람들의 표정을 지켜보면서 신선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 이번 콘서트를 치른 후 어떤 변화가 생겼나?
"블루란 색깔을 주제로 공연을 했고, 2년 뒤에는 빨간색 '레드(Red)'를 콘셉트로 한 콘서트 공연자로 초대가 됐다. 하나의 색만으로도 정말 다양한 이야기, 표현, 구성을 할 수 있음을 아는 계기였다. 앞으로 내가 혼자 건 다른 아티스트들과 공연을 하게 될 경우에는 어느 특정한 것에 치우치지 않고, 많은 이야기들을 여러 구성과 표현으로 만들어가려 노력할거다."

"이번에 여러 곡 작업을 하면서 배우고 느낀 점은 지금껏 주로 크로스오버 장르를 추구했던 내 음악 스타일을 벗어나 우리 전통 가락과 소리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좀 더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장해 좋은 곡들을 발표할 수 있는 동기부여도 됐다."

우리 전통음악을 향한 뮤지션으로서의 책임감 느껴져
 
 싱어송라이터 최성무 베니스 공연 장면
싱어송라이터 최성무 베니스 공연 장면치니재단
 
- 더 넓은 음악 세상으로 가기 위해 품게 된 생각은?
"사실 고민이 많아졌다.(웃음) 내가 할 수 있는 전통음악은 물론 내가 해 온 개인의 음악, 다른 뮤지션들과 함께 해왔던 작품들에 이르기까지 '해외 음악 팬들에게 어떻게 하면 다가갈 수 있을까'란 질문과 더불어 그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학을 졸업 후에는 해금으로 우리 전통음악을 할 기회는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이탈리아 베니스를 포함 몇 번의 해외 콘서트에서 느낀 점은 '우리 전통의 소리'가 근간이 된 음악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향후 더 많은 전통음악 작업을 활발하게 할 계획이다."

- 2019년을 보낸 소회, 내년 상반기 활동계획과 포부가 있다면?
"2019년은 활동 영역을 넓혔던 기회가 주어졌고, 음악적으로는 뮤지션으로서 현재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실험과 시도를 하게 된 한 해였다. '아리랑'을 주제로 신곡을 발표할 예정인데, 2020년 시작하자마자 기획회의를 가질 것 같다. 그리고 내년에는 나 자신과 대중 모두 인정하는 완성도 높은 자작곡을 발표하기 위해 곡 작업에 매진할 생각이다."

"올해는 작곡가로서 활동이 상대적으로 두드려졌던 해였다. 뮤지션으로서 가을에 음원 하나를 냈었고, 내년 상반기 발표를 목표로 여러 곡들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보컬리스트로서 지금까지 해 온 크로스오버 장르를 벗어나 팝 스타일 음악을 선보일 계획이고, 창법의 변화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서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
최성무 신날새 조용민 베니스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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