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윤희에게>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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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만 설명하자면 이 영화는 하나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다. 작품이 주목하는 관계를 윤희와 준의 사이에만 국한시킨다면 말이다. 하지만, 지난 작품에서도 봤듯이 임대형 감독의 작품 속에서는 하나의 관계만이 독보적으로 떠오르지 않는다. 서로 얽히는 과정 속에서 각각의 관계가 이끌어내는 감정들이 함께 시너지를 발휘한다. 이번 작품 <윤희에게>도 마찬가지. 윤희와 준 사이의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윤희와 새봄, 새봄과 경수, 심지어는 윤희와 남편의 관계 사이에서도 이 작품을 붙들어내는 요소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하나의 버디 무비이자, 하나의 성장 영화이자, 또 하나의 로맨스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의외로 눈에 띄는 관계가 있다면, 그것은 영화의 메인 스토리에서 벗어나 있는 윤희와 윤희의 오빠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다. 윤희의 오빠는 극중 인물들 가운데 당사자들을 제외하고 윤희의 과거를 정확히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 반대로 이야기하면, 윤희에게는 자신의 삶을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살아갈 수 없게 만드는 족쇄와도 같은 인물이다. 그런 부분이 딸 새봄에게까지 전이되어 '쓸데없이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는 형식으로 전달된다. 극의 마지막에서 윤희가 오빠의 그늘을 떠나고자 선언하는 장면이 그녀의 성장 서사에 마침표가 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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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더 외로워 보여서 잘 못살 것 같았어. 근데 다 내 착각이었네. 나는 엄마한테 짐이었네."(새봄)
"엄마는 나한테만 집중하는 사람이었어. 때때로 나 때문에 자신을 자책하는 사람이었어."(준)
윤희를 통하지 않으면 연결 고리가 전혀 없을 것처럼 보이는 준과 새봄 사이에는 부모의 이혼이라는 공통적인 경험이 있다. 다만, 아빠를 따라 일본으로 건너간 준의 선택과 엄마의 곁에 남아 지내기로 결정한 새봄의 결정에는 차이가 있다. 새봄이 엄마 윤희를 떠나지 않았던 이유는 그녀를 홀로 두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고, 준이 자신의 엄마를 떠났던 이유는 그녀의 곁에서 자신이 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니까.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사람은 모두 자신의 결정에 대한 후회를 하게 된다.
오롯이 자신의 결정에 대한 이야기다. 그 결정을 하게 만든 배경이나 외부적 요인들, 혹은 그런 자신의 결정을 적극적으로 막아서지 않은 타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 반대의 선택을 하게 되었더라도 (준의 경우에는 새봄의 경우가, 새봄의 경우에는 준의 경우가 그렇다) 마음에 남는 감정은 동일 했을지도 모를 터. 이것은 윤희와 준의 관계에서도 정확히 들어맞는다. 지금도 서로의 꿈을 꾸고 있다는 말만큼 그 마음을 잘 대변할 수 있는 말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