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 한 편의 영화로는 알 수 없는 영화감독만의 세계가 있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국내외 영화감독들을 집중 조명합니다. 관심 있는 여러분의 참여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
중국 소설가 위화(余華)는 소설 <허삼관매혈기>에서 인간의 욕망은 이성보다는 늦게 생겨나지만, 이성보다 더 길게 자란다는 말을 이렇게 표현한다.
"그곳의 털은 눈썹보다 늦게 나지만, 눈썹보다 길게 자란다(屌毛長得比眉毛晚,長得却比眉毛長)."인간의 욕망은 대지가 거대한 생명력으로 끊임없이 풀을 밀어 올려 자라게 하듯, 원초적이면서도 강력하게 인간을 조정한다. 영화 <색, 계(色, 戒)>에서 보듯 그 욕망은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신념처럼 한없이 견고해 보이는 방파제를 가뿐히 뛰어 넘어서기도 한다. 인간은 원초적인 욕망의 세계인 색(色)과 그것을 자제 또는 억제하려는 계(戒), 이 둘 사이에서 끊임없이 방황하는 '색, 계' 그 중간의 쉼표(,)쯤에 머무는 존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