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영 감독영화 현장에서
이무영
이무영을 처음 보았던 기억은 1990년대 어느 TV 프로그램이다. 개성 넘치는 외모, 능란한 화술, 유창한 영어 실력, 팝송에 대한 깊은 조예는 그를 뇌리에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라디오 DJ, TV 리포터, 팝 칼럼니스트를 넘나들던 이무영이 <본 투 킬> <공동경비구역 JSA> <아나키스트> <삼인조> <소년, 천국에 가다>의 시나리오를 쓴 장본인이란 사실을 안 것은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휴머니스트>로 감독이 되었다.
강산이 두어 번 변할 세월이 흘렀으나 이무영 감독은 달라지지 않았다. 몇 권의 책을 냈으며 영화제와 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영화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 <아버지와 마리와 나> <한강블루스>는 개봉하여 관객과 만났다.
이쯤에서 <오마이스타>가 진행하는 '감독열전'에 "왜 이무영 감독을 선택했냐?"고 궁금하실 분이 있지 싶다. 다른 기자들이 소개한 박찬욱, 소피아 코폴라, 고레에다 히로카즈, 우디 앨런에 비한다면 이무영 감독의 상업적, 비평적 성과는 상대적으로 초라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무영 감독을 선택한 이유는 그의 작품들이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에 이르는 한국 영화사에서 독특한 흔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이제 한 편씩 다루며 돌출을 짚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