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화감독을 좋아하세요? 한 편 한 편의 영화로는 알 수 없는 영화감독만의 세계가 있습니다. <오마이스타>는 한 시대를 풍미한 국내외 영화감독들을 집중 조명하고자 합니다. [감독열전]은 시민-상근기자가 함께 쓰는 기획입니다. 관심 있는 여러분의 참여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
'인공지능 시대'에 기술의 발전으로 물질의 풍요를 읊고 복지의 확충으로 빈곤에 처한 이가 떠받쳐질 거라고 하지만 이것은 겉모습에 불과한 얘기다. 이런 얘기들엔 삶의 세부적인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내용을 채우는 사람의 정신 역시 드러나 있지 않다. 결국 명과 암은 그대로인 것처럼 느껴진다. 다르덴 형제는 이런 현실의 구도를 파악하여 눈에 보이는 모습이 현실을 얼버무리는 것을 경계하고, 어둠이 실제 자리하는 곳에 빛을 들이댄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가 시간이 흐를수록 내뿜는 빛이 커져가는 배경이다.
벨기에에서 태어난 다르덴 형제는 1999년과 2005년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을 비롯해 다수의 칸 수상작을 배출한 감독이다. 최근작은 지난 5월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언노운 걸>. 다르덴 형제는 다큐에 필적할 리얼리즘을 영화로 구현하면서 날 것을 고스란히 전하고 관객의 심금을 울려왔다. 날 것의 장면은 영화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현실과 교유함으로써 관객이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든다.
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은 시나리오 작업을 함께 한다. 한 명이 배우와 카메라맨, 촬영감독과 연출을 하는 동안 다른 한 명은 모니터로 장면을 들여다본다고 한다. 본래 다큐멘터리를 만들다가 영화로 장르를 전환한 다르덴 형제는 1996년 첫 장편으로 <프로메제(약속)>를 내놓는다. 영화는 어디 하소연 할 데 없는 불법체류자를 비추는데, 불법체류자 아미두는 경찰의 단속을 피해 도망치다가 작업장에서 떨어져 부상을 입는다. 집을 짓는 데 아미두를 동원했던 로저는 시멘트로 아미두를 묻어버린다. 심지어 아미두의 아내 아시타를 사창가에 팔아버리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