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빛내는 또 다른 주역을 찾습니다. 연기하는 배우라는 점에서 '주'와 '조'는 따로 없습니다. 혹시 연기는 잘하는데 그동안 이름을 잘 몰랐다고요? 가만 보니 이 사람 확 뜰 것 같다고요? 자신의 길을 최선을 다해 걸어온 이들을 <오마이스타>가 직접 '픽업'합니다. [편집자말]

 영화 <밀정>에 출연한 배우 허성태를 만났다. 진중해 보이지만 종종 여러 캐릭터의 성대모사를 하는 재치도 갖고 있었다.

영화 <밀정>에 출연한 배우 허성태를 만났다. 진중해 보이지만 종종 여러 캐릭터의 성대모사를 하는 재치도 갖고 있었다. ⓒ 곽우신


영화 <밀정>에서 의열 단원들을 잔인하게 잡아들이는 하시모토(엄태구 분)만큼 공분을 사는 캐릭터가 있으니 바로 하시모토의 정보원 하일수다. 주요 캐릭터들을 위기에 빠뜨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는 모습은 지금도 척결되지 않은 이 땅의 친일 잔재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함을 주기까지 한다.

기꺼이 미워할 수 있게 혼신을 다한 이 배우, 우리에겐 다소 낯설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해무>, 드라마 <정도전> <가족끼리 왜 이래> 등 출연작만 놓고 보면 알만한 것들이 꽤 있지만 낯설다. "그 작품엔 2초 정도 나왔을 걸요?"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신인의 마음이란 게 다 똑같지 않나요"라고 만 서른여덟 나이에 주저 없이 '신인'이라 자신을 소개하는 배우 허성태를 지난 7일 <오마이뉴스> 사옥에서 만났다.

송강호를 설득시키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그는 자신을 신인이라 소개하는 데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 디스플레이 회사, 조선소 등 대기업을 전전하던 평범한 사원에서 연기자로 전업한 그다. <밀정>이 그의 본색을 살짝 드러낸 첫 작품이 될만하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그는 자신을 신인이라 소개하는 데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 디스플레이 회사, 조선소 등 대기업을 전전하던 평범한 사원에서 연기자로 전업한 그다. <밀정>이 그의 본색을 살짝 드러낸 첫 작품이 될만하다. ⓒ 곽우신


신인이라는 소개가 전혀 틀리지 않은 게 허성태는 2011년 SBS <기적의 오디션> 출신으로 준결승까지 올라가며 주목을 받았던 배우다. 그런 그가 각종 영화에서 단역을 거듭하다 <밀정>에서 짧지만 강렬한 모습을 보일 기회를 갖게 됐다. 휴대폰 벨소리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OST 중 하나일 정도로 김지운 감독의 팬이기도 한데 직접 캐스팅까지 됐으니 얼마나 벅찼을까. 미리 전하는 사실 하나, 영화 오디션 당시 6가지 캐릭터를 연기했기에 자칫 그는 영화 속에서 스쳐가는 의열단원 중 하나가 될 수도 있었다.

"저를 도와주시는 선생님이 계신데 오디션 전 정말 많은 콘셉트로 다양하게 연습을 해갔습니다. 감독님 요구에 순간적으로 반응할 수 있게 나름 준비한 건데요. 그 중 하일수 역을 가장 하고 싶었어요. 과연 할 수 있을까 이렇게 큰 역할을…. 감독님이 실제로 여러 디렉션을 하셨어요. '강하게 혹은 비굴하게 가보자' 이런 식으로요. 어찌 보면 제가 준비해 온 것과 아귀가 맞은 거죠(웃음).

제가 봤을 때 하일수는 한국 사람인데 중국에서 정보통으로 살고 있어요. 돈만 주면 일본이든 조선이든 편이 될 수 있는 인물로 해석했어요. 의열단원이 돈을 줬으면 그들을 위해 일했겠죠. 다만 분량 상 캐릭터의 특징을 보일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으니 확실하게 개성을 표현해야 했어요. 예를 들면 이정출(송강호 분)이 호통 치는 장면에서도 너무 위축돼있지는 않게 연기했고, 기차 장면에서도 이정출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려 했습니다.

김지운 감독님…. 제가 진짜 <놈놈놈>을 80번 정도 봤어요. 일단 멋지잖아요. 음악을 들을 때마다 그 영화의 장면이 떠올라요. (직접 송강호의 대사를 읊으며) 진짜 멋있는 거 같아요. 감독님의 유머 코드를 가장 잘 표현하는 분이 또 송강호 선배 같고요."

김지운 감독에 대한 존경을 표하며 그는 영화 속 이정출에게 뺨 맞는 장면의 일화 하나를 전했다. 비교적 분명하게 연기 방향을 정해 놓은 것과 달리 해당 장면은 송강호가 가장 고민하던 장면이었다.

"3박 4일간 정말 조심스럽게 말씀드렸어요. 원랜 없던 장면이었거든요. 처음엔 유치하다고 하시다가 점차 해도 될 거 같다고 하셨죠. 촬영 당일 감독님이 '너 오늘 뺨 맞을 수도 있다' 하시기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총 8대를 맞았는데 딱 두 번만 아프고 나머진 안 아팠어요(웃음). 그날 밤 선배가 처음으로 전화번호를 주셨어요."

선택의 기로

 하일수(허성태 분, 좌측)와 하시모토(엄태구 분, 우측)는 경성 행 기차 안에서 의열단 대원들을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하일수(허성태 분, 좌측)와 하시모토(엄태구 분, 우측)는 경성 행 기차 안에서 의열단 대원들을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2박3일 간 은근한 설득작업으로 그는 송강호에게 뺨을 맞을 수 있었다. "감히 조심스럽게"라는 표현을 썼지만 그만큼 자신의 출연작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애정을 갖고 있기에 가능한 일 아니었을까.

2박3일 간 은근한 설득작업으로 그는 송강호에게 뺨을 맞을 수 있었다. "감히 조심스럽게"라는 표현을 썼지만 그만큼 자신의 출연작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애정을 갖고 있기에 가능한 일 아니었을까. ⓒ 곽우신


<밀정>의 미덕을 설명해달라는 말에 그는 "선택의 기로를 그렸고 그에 대한 책임을 그렸다"며 "이 자체가 또 인생의 매력 같다"고 답했다. 이는 허성태 개인의 화두기도 하고 그가 실제 걸어온 길과 맞닿은 지점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대로 한 오디션 프로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기 때문. 2011년 직전까지 허성태는 모 대기업의 평범한 해외 담당 영업사원이었다.

"다들 살면서 선택을 하잖아요. 횡단보도 파란불이 켜졌는데 8초가 남았어요. 뛰어갈지 다음을 기다릴지 이것도 역시 선택이죠. 2010년도에 회사 회식을 끝내고 TV를 보는데 오디션 참가자를 모집한다고 ARS 번호가 지나가더라고요. 그때 한창 노래 오디션은 많았는데 배우를 뽑는다는 말에 술김에 전화를 했어요. 어릴 때부터 영화 키드였고 누구 흉내 내는 걸 좋아했거든요. 대학 때는 그런 걸로 친구들과 놀기도 했고.

부산 지역 참가자가 총 800명 정도였는데 15명의 예선참가자를 추리는 동안 여덟 번을 제작진과 만나야 했어요. 1차만이라도 찍자는 마음에 사표를 안 내고 있었어요. 심사위원 5명 중 3명이 합격시키면 다음 라운드에 나갈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합격을 해도 '죄송하지만 다음 출연은 못하겠다'고 말하고 회사로 복귀하려 했죠. 왜냐면 3명이 인정을 해도 2명은 의심을 하는 거니까요. 근데 만장일치가 나왔어요. 뚜껑이 돌아버렸죠(웃음). 아내와 소주를 마시면서 사표를 고민했고, 결국 냈어요. 회의실에서 <기적의 오디션> 진출권과 사표를 함께 빡! 하고 내는데 살면서 그때 욕이란 욕은 다 들었습니다(웃음)."

우승하진 못했지만 그 이후 허성태는 독립영화, 상업영화 등 6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성인영화에도 몇 번 출연했다. "생활이 제대로 되질 않으니 그땐 돈 주면 다했다"며 그는 "이후 성인영화 주인공 섭외도 들어왔으나 그건 도저히 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인터뷰 중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 때 다단계 영업사원 역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연기의 즐거움을 막 알아가기 시작하던 때였다. 짧지만 이처럼 적절하게 캐릭터를 소화하며 어느덧 그도 상업영화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됐다. 점점 자신감을 가져도 될 법한데 오히려 그는 "무섭다"고 말했다.

"처음엔 모르니 무서울 게 없었는데 연기는 알면 알수록 두려워져요. 더 어렵고 끝이 없는 거 같아요. 그래서 자신감이 더 떨어지기도 하고요. 긴장감을 놓치는 순간 관객은 다 알거든요."

이 두려움이 현재 허성태라는 배우의 연기 엔진이었다. 또 어떤 작품에서 그의 모습을 보게 될까. 일단 두 작품을 얘기 중이라니 지켜볼 일이다.

 그는 보일 게 많은 배우다. 전업으로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그는 "두려움을 안고 잘 해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보일 게 많은 배우다. 전업으로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그는 "두려움을 안고 잘 해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 곽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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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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