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상영관 임시매표소 현매표를 구하기 위해 긴줄을 형성하고 있는 관객들
성하훈
해마다 고질적 문제로 지적된 예매시스템이 예전에 비해 상당히 안정되면서 최다 관객 동원의 원동력이 된 이면에는, 축적된 노하우로 문제점의 핵심을 정확히 짚어낸 베테랑 스태프의 노력이 존재했다. 예매시스템에 참여하고 있는 CJ시스템즈나 네이버·부산은행·GS25 등이 나름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 애썼지만, 관객의 요구사항을 명확히 알고 있던 스태프가 이를 조정해내며 7년 동안 관객을 고생시킨 예매시스템을 안정화시킨 것이다.
이는 경험있는 스태프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으로, 영화제 인력 양성을 위한 고민을 각각 개최시기가 차이나는 부천영화제나 전주영화제 등과 함께 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 같다.
티켓예매의 경우 예매시스템이 안정됐으나 현매표가 늘어나며 줄서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는데, 22시간 동안 줄 서 있는 관객도 생겨나는 등 표 구하기 힘든 영화제의 전통은 올해도 이어졌다. 2회 때 야외상영장에서 추가 상영된 <하나비>처럼 인기작품에 대한 특별상영 형식의 추가 상영도 영화제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정치인 영화제 관여 '물 흐려'한편, 올해 부산영화제 개막식에 느닷없이 등장한 대선후보들은 영화제의 정치적 독립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다.
영화나 영화제를 위해서 애쓴 공로가 있고 영상산업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은 사람이라면 영화제의 귀빈으로서 레드카펫을 밟을 수 있지만, 영화제와 아무 관계없는 사람들이 단지 대선후보라는 이유만으로 개막식장과 개막파티 장소를 휘젓고 다닌 일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또한, 그것을 용인한 영화제 조직위의 행동탓에 대선후보들의 무례는 영화음악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 의전 실수의 원인으로 작용했고, 안팎의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부산시와 영화제 조직위는 잘 나가던 부천영화제가 한 순간에 무너진 이유가 무엇 때문이었는지 잘 새겨봐야 할 것 같다. 시장의 지나친 간섭이 잘 나가던 영화제를 끌어내렸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영화제 초창기 부산시와 영화제 조직위 간에 세워진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안 한다'는 기조가 흐려지면서 발생한 이번 문제는, 잘못된 흐름으로 이어질 경우 영화제의 위상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또다시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양쪽이 다시금 명확하게 선을 그어야 할 것 같다.
▲불청객 이명박1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을 마치고 '영화인의 밤' 행사에 나타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최윤석
이번 영화제 기간 동안 부산을 찾은 관객들은 영화제 전반에 대해 아낌없는 비판과 조언의 목소리를 냈다.
▲영화제를 더 크게 만들기보다는 지금 상태를 유지하고 ▲아시아 영화 중심의 기존 색깔을 더욱 살려내며 ▲국제영화제에 걸맞게 외국인 관객들의 표 구하기를 배려해주고 ▲관객배려를 위해 더 노력해달라는 등, 그들의 목소리에는 부산영화제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다.
쓴소리를 많이 하는 관객일수록 부산국제영화제에 무한한 애정을 가진 일명 '피프폐인'들이었다는 점에서, 이들을 향한 영화제측의 관심이 커져야 할 것 같다. 1년에 한번뿐인 9일간의 명절을 보내며 던지는 한마디는 영화제 성장의 자양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4대 영화제의 밑거름은 관객
▲부산영화제 홈페이지 갈무리부산국제영화제의 정치인들 행태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누리꾼의 글.
성하훈
1회 때 어수룩했던 부산국제영화제가 2회부터는 조금씩 성장의 기미를 보였고, 3회를 지나 5회·7회를 넘기며 '아시아 최고'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게 발전했다. 그리고 10회를 마칠 즈음 '아시아 최고 최대의 영화제'란 수식어는 당연한 말이 돼 버렸다.
12회가 끝나며 '세계 10대 영화제 중 하나'라는 수식어도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부산국제영화제는 커 나가고 있다. 아시안필름마켓·아시아연기자네트워크·아시아 영화펀드·영화투자회사 발콘의 설립 등 '경계를 넘어서' 산업적인 측면을 강화하는 앞으로의 계획은 칸·베를린·베니스에 이은 세계 4대 영화제의 야심을 갖고 있는 부산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부산이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짧은 기간 동안 세계 영화제의 중심으로 성장한 바탕이 관객이라는 사실이다. 허름한 극장, 빈번한 상영사고, 엉성한 운영 등 초창기의 어설픈 영화제를 성장시킨 것은 역동적인 모습으로 상영관을 가득 메우며 세계 영화계를 놀라게 만든 젊은 관객들이었고, 그들은 부산영화제가 자랑하는 힘이었다.
전용관 문제를 비롯해 앞으로 부산영화제가 해결해 나가야 할 첩첩산중의 문제들. 그 해답이 '관객'에게 있다는 사실을 부산영화제가 항상 생각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뉴커런츠 상에 <궤도> <주머니 속의 꽃> <원더풀 타운> 12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기자회견... 운영미숙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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